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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폴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며칠전 평소 안면이 있는 50대 환자가 진찰실을 황급히 열고 들어섰다. 심각한 표정으로 쏟아놓는 그의 얘기는 『선생님, 소화가 잘안돼 진찰을 받았더니 장폴립이 아닌지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해서 지금 막 끝냈는데 혹시 병이 아닙니까』하는 것이었다.
뜻밖의 질문에 잠깐 당황했지만 『아, 「레이건」 쇼크로구나…』하고 웃으면서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 뒤에 검사결과를 알아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였다.
요즘 우리주변에서는 두가지 질병에 대해 큰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는 「레이건」미대통령의 암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삼복더위의 공포라는 비브리오패혈증이다.
대장에 생기는 폴립은 대장 점막에 수많은 폴립(혹)이 행성되는 질환군으로 악성화되는율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대장부위의 암은 일반적으로 육식을 많이하고 소화가 잘되도록 만들어진 음식을 먹어 대변의 양이 적고, 따라서 대장내에 변이 머무르는 시간이 긴 사람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런 이유로 육식을 많이하는 서구에서는 대장암이 소화기 암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암종이 되고 있다. 채식과 곡류를 많이 먹는 동양에서는 발생률이 극히 낮았으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증가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대장폴립은 일반적으로 폴립의 크기가 암의 가능성과 정비례한다. 크기가 1cm이하에서는 1%, 1∼2cm에서는 10%, 2cm이상에서는 50%가 앞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다. 「레이건」대통령의 경우 지름이 5cm나 되어 내시경소견만으로도 암일 가능성은 50%이상이나 됐었다.
대장폴립은 간혹 혈변·복통이 있을 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 증상이 없다. 그러다가 매우 커지게 되면 대장의 부분폐쇄·설사·장운동장애가 나타난다. 대개 고령자에 잘 발생하며 폴립이 일단 대장암으로 이행되면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고 직장출혈·빈혈·복부동통·식욕감퇴·체중감소·정신쇠약의 증세를 보이게 된다.
검사는 병력조사·내시경검사·X선 대장촬영등으로 하게되며 외과적 절제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수술후 전이를 막기위해 방사선치료나 항암제 투여도 시도된다. 대장암 절제후 10년이상 생존율은 미국에서 42%로 보고되어 있다. 이번 「레이건」대통령의 암수술로 우리나라에서도 대장폴립에 관해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지만 한국인에게는 많은 암종이 아닌데 너무 두려워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역작용이 오지않을까 우려된다.
저자약력(53세) ▲서울대 의대 (1957) ▲서독베를린대(의박), 킬대(1959∼69) ▲부산대의대교수 (1970∼현재) ▲부산대의대학장 (l982∼현재) ▲부산대의대부속병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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