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장 경질 대학가에 큰 충격|"소요 못 다스리면 총장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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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교부는 23일 서울대총장전격경질을 계기로 앞으로는 각 대학이 적절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원소요를 자체해결하지 못할 때는 총학장등 최고책임자도 문책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교부관계자는 이날 『자율화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대학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대학이 할 일을 못하게 되면 최고책임자에게 문교부가 감독권을 발휘, 책임을 묻는 문제도 사안에 따라 신중히 검토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교부의 이 같은 방침과 이날 있었던 서울대총장 전격경질에 따라 삼민투관련학생소속대학은 이날 총학장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학생처벌과 2학기 학원대책을 논의했다.
대학관계자들은 『서울대총장경질에 충격을 받고 있다며』며 『미문화원농성 및 삼민투관련구속학생에 대한 제적등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2학기 학생지도대책을 새로운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총장이 바뀐 뒤 학칙상 징계권을 갖는 단과대학징계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존중될 것인지 또는 총장직권으로 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인지는 아직 유동적이나 학내외의 분위기로 보아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교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박봉직신임총장은 이날 『문교부의 요구와 대학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한 뒤 결정하겠다』며 방침결정을 유보했다.
대학관계자는 『미문화원농성관련 학생징계와는 별도로 있게 될 삼민투관련학생징계는 구속자 전원 제명등 중징계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문화원 농성관련학생징계는 여러가지 상장에 비추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연세대=송재 기획실장은 『대학 나름대로 잘해 보려면 노력이 결과적으로 총장경질의 사태를 몰고 온 것 같다』며 『이로써 학사징계의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각 대학이 독자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워졌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보다 강경해 질 듯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세대의 경우 주무부처장인 학생처장과 교무처장이 해외출장중이어서 이들이 귀국하는대로 보다 능동적인 2학기 학생지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구속된 14명의 학생처벌문제에 대해 「서울대의 결정과 타대학의 움직임을 고려해 결정짓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던 고대는 서울대총장경질소식에 무척 충격을 받은 표정.
이준범총장은 『갑작스런 일이라 무어라 할말이 없다』고 논평을 피하면서도 『22일 처장회의를 열어 학생처장의보고를 들은 후 처벌문제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 교무위원은 『서울대총장경질이 구속학생에 대한 서울대의 「무기정학」결정을 번복케 해 「제적」쪽으로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어 고대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은 총학생회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비상운영위원회 (위원장 함범찬·22·국문과4년·문과대학생회장)측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학교측은 또 지난 4월17 전국학생총연합결성식때 총학생회가 교내 학생회관앞 민주광장에 세워놓은 「강제징집희생자진혼비」를 자진철거 하도록 비상운영위원회 간부들에게 종용하고 있는데 비상운영위원회측은 종래의 「절대불가」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선으로 대화에 응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조정호 학생처장은 『구속된 한신자양(22·독문4)의 학사징계문제는 한양의 1심판결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처장은 『서울대총장이 학생처벌 문제와 관련돼 갑작스럽게 경질된 사실은 대학당국자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적이나 이대는 한양의 1심판결을 지켜본 뒤 처벌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강대=한 당국자는 『미문화원농성사건이 끝난 직후 5개 대학이 학생처벌을 협의할 당시 징계범위가 최소한 지난해 민정당사사건 관련학생의 징계 때와 비슷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고 『신임 서울대총장이 조만간 학생처벌문제를 매듭지으면 우리대학도 서울대의 징계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조관수 교무처장은 『미문화원사건까지만 해도 문교부가 학사징계를 학교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었는데 현재 분위기로 보아 곧 중징계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학생을 선도·보호해야 할 학교입장에서 중징계선을 어디까지 긋느냐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동국대는 22일 상오 황수영총장등 보직교수들이 간담회를 갖고 삼민투관련구속학생 징계와 2학기 학생지도대책, 서울대 이총장인책경질이 대학자율화에 미칠 영향등을 논의했다.
학교측은 징계문제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현재 각 단과대학에서 협의중인 구속학생 징계방식을 모아 일본을 방문중인 유광운학생처장이 귀국하는 25일 이후에 징계를 일단락 짓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강경자세의 여파로 미루어 중징계가 불가피 할 것 같다』고 징계방향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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