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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민투」징계에 단호한 의지표현|서울대 이현재총장 전격 해임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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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현재총장의 사표는 관련학생소속 단과대학의 징계결정 이틀만에 『학생징계에는 일선교수의 결정이 최우선이다』란 견해표명직후에 제출됐다. 이총장은 『교수들의 결정을 총장이 번복하면 교수의 학생지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같은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이미 단과대학이 결정한 징계내용을 번복하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 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같은 태도가 문교부로부터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총장의 방침은 지난15일에 있었던 관련 학생들의 재판거부소동이전까지만 해도 문교부의 학원대책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문교부는 자율화조치 이후 나타난 학원상황이 폭력성·정치성·이데올로기와 함께 교권훼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 기회있을 때마다 총·학장은 학생징계를 독자적으로 하지 말고 교수회의가 징계권을 행사토록해 교수들의 학생지도역량을 신장시켜 나가야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12일에도 손제석문교부장관은 부산에서 열린 전국대학교무처(과)장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 『자율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권이 서야만 대학의 안정이 가능하다는 학원정책의 본령을 경시한 채 일부 운동권학생대책에만 몰두해 온 감이 없지 않다』면서 교수의 권위회복을 강조했었다.
18일의 서울대징계결정직후까지도 문교부는 겉으로는 『불만이야 많지만 자율에 맡겨진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고만 말해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갑작스런 서울대총장경질은 삼민투에 관한한 정부의 입장이 단호하다는 분위기 표현임에 틀림없다.
서울대총장 경질자체만으로도 그 밖의 미문화원농성이나 삼민투사건 관련대학에서의 학생처벌은 제적등 중징계가 대세를 이룰 것이 틀림없다. 서울대의 경우 총장경질에 불구, 단과대합의체의 결정자체는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18일 징계를 그대로 두고 재판이 끝난 뒤 적절히 재론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총장경질로 징계자체를 처음부터 재론하고 제명등 중징계로 바꿀 명분이 생겼다.
서울대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강력한 의사표시는 서울대결정이 그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의 삼민투와 같은 운동권학생징계에서는 서울대조치가 바로미터로 돼왔기 때문이다. 삼민투를 용공이적단체로 규정했고, 미문화원농성은 이 조직이 중심이 됐는데 그 중에서도 주도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함운경군 (22·물리학4)까지 제명에서 제외하느냐는 정부측의 「불만」은 나름의 논리를 갖는다.
또 국립대총장으로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수용해주지 못한데 대한 조치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원대책문제에 있어 대학의 입장보다 정부의 분위기가 항상 앞서는 것이 학원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 인가하는 고려가 이번 이총장이 사표를 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충분히 작용된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내 외 상황에 비추어 2학기는 학원소요가 더욱 심화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정부당국의 전망과 이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의 교권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라는 문교부의 지금까지의 처방이나 접근이 이총장의 전격해임과 관련,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학의 권위를 통하지 않은 학원안정은 궁극적으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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