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요란한 「깨끗한 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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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루 한 두끼 외식을 하지 않으면 안될 현대생활에서 대중식당의 청결이 국민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우기 갖가지 국제행사를 앞두고 우리 나라를 찾을 외국사람들의 음식편이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것 또한 당연한 요청이다.
그 동안 정부가 펴온 시책에 따라 음식점의 위생환경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내 대중음식점가운데 40%가량의 조리실이 공개된 것은 음식의 조리과정이 차차 깨끗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외형만 시설이 나아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마음놓고 음식점을 찾을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점적인 계도가 펴진 서울만 해도 아직 2만4천여 개소의 대중음식점의 주방은 그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겠는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불결한 채 방치되어있다.
음식찌꺼기가 제대로 닦이지 않은 식탁이라든지 종업원들의 땟국묻은 옷매무새는 그렇다 치고 식기가 얼마나 더러운가를 생각하면 음식을 삼키기가 어렵게된다.
가정에서 쓰는 행주하나에도 보통 10여 종류의 세균이 수백만 마리씩 우글거린다는데 어두운 음식점주방의 행주나 도마의 경우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위생환경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간장고추장조차 과연 마음놓고 먹을수 없다면 이는 예사일수가 없다.
가령 고추장만해도 고춧가루는 넣지 않은 채 밀가루와 색소만 넣어 만든 불량품이 대량시중에서 유통되고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한바 있다. 그나마 제조과정이 깨끗하면 몰라도 파리와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만들어져 왔다니 그걸 사람들이 먹으라고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꼭 외국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잘 보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음식점의 위생환경이 이 정도라면 후진국을 면할 수 없으니 남부끄럽지 않느냐고 해서만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깨끗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사람다운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문화수준의 내실화를 위해서도 그 이상 시급한 문제는 없다.
무엇보다 서두를 것은 음식점의 주방시설을 현대화하는 일이다. 싱크대와 찌꺼기처리장, 음식물 보관시설 등을 완벽하게 갖추도록 해야한다.
특히 주방의 개방은 꼭 필요하다. 아무리 시설이 잘되어 있어도 종사자들의 위생관념이 뚜렷치 못해서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주방을 소비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개방하면 손님들도 자기가 먹는 음식을 믿고 먹게되니 조리사도 떳떳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게될게 아닌가.
따라서 당국이 음식점허가를 해줄 때 주방의 개방을 조건으로 하기로 한 것은 말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부단히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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