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 1위 비결, 술맛보다 돈맛이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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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A씨의 통장에 3억원이 입금됐다. A씨는 강남에서도 많은 매출을 올리는 업소의 속칭 ‘키맨’이었다. 손님에게 어떤 술을 주로 권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해마다 A씨에게 3억원이 입금됐다. 송금한 업체명은 ‘B’사. B사를 통해 실제 돈을 보낸 회사는 주류회사 디아지오코리아였다.

조니워커·윈저 판매 디아지오
주점에 뒷돈 뿌리다 걸려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혐의로 23일 디아지오코리아에 법 위반 금지 명령과 함께 12억1600만원 과징금을 물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조니워커 등 위스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류회사다. 2014년 말 출고량을 기준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 39.5%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 매출의 89%를 주점에서 올리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전국 197개 유흥소매업소에 ‘경쟁사의 술을 판매하지 말고 자사 술을 권하라’는 조건으로 돈을 뿌렸다.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업소에 뿌린 현금은 148억532만원에 이른다. 업소에서 대표·지배인·실장·마담 같은 직함을 갖고 있는 ‘키맨’에게 288회에 걸쳐 평균 5000만원씩 줬다. 한 번에 최대 3억원까지 제공했다. 법망을 피하려고 B사를 통해 돈을 지급했다.

2013년 기획재정부 유권 해석에 따라 유흥소매업소 ‘키맨’들이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납입해야 하는 일이 생기자 디아지오코리아는 세금을 사실상 대납해주기도 했다.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만큼 현금을 직접 주거나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도매상에 물려있는 빚을 변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디아지오코리아는 3억6454만원의 세금을 대신 내줬다.

이동원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위스키 시장의 1위 사업자인 디아지오코리아가 경쟁사 제품 판매를 저지할 목적으로 부당한 현금 지급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통상적인 판촉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이익 제공으로 고객을 유인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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