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자수익히는 수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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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여름에도 돗자리를 깔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수를 앞에 앉아 바늘을 감으면 더위도 잊어요. 수를 놓고 있노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 앉아요. 바늘을 잡고있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연두빛 비단에 붉은 모란꽃을 비단실로 수놓고 있는 가정주부 최남식씨 (47).
2년뒤 시어머님이 칠순읕 맞아 입으실 활옷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씨를 비롯하여 김덕희(49) 이영훈 (45) 홍인복 (45) 이수영(37) 황윤경(25)씨등 6, 7명의 가정주부들이 서울대미대출신으로 독자적으로 자수연구를 해온 홍인덕씨 (50) 를 스승으로 한국 전통자수를 익혀온지는 3년 남짓.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면 이들 주부들은 수틀을 들고 도시락을 싸갖고 여의도의 시범아파트 홍인덕씨집에 모인다. 보통 하오 4, 5시까지 이들은 함께 수를 놓고 도시락을 먹고, 지난 1주일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수를 놓는 일은 서예나 그림처럼 사전 준비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짧은 부스러기 시간도이용할 수 있어 좋아요. 일을 가진 엄마지만, 딸아이들은 바늘을 가까이 하는 엄마의 모습을보는 것을 즐거워해요. 또 교육적인것 같아요』
대학강의 틈틈이 바늘을 잡는 것이 즐겁다는 이영훈씨는 손수 수놓아 만든 작은 염낭·노리개·열쇠고리 장식등을 친지들에게 선물하면 그렇게 아끼고 기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회원들도 딸아이 결혼때 줄 수저집·베갯모를 수놓고 시어머니의 노리개를 수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까닭에 자녀들도 남편도 좋아하는 취미라는 것이다.
『한국여성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다 수를 놓을 수 있어요. 솜씨들이 뛰어납니다』고 얘기하는 홍인덕씨는 한국에 전통자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거의 없는 것이 자수보급의 애로라고 얘기한다.
수요일에 모여 수를 놓는 모임이라고 해서 한 회원의 딸이 수수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설명하는 홍씨는 회원들이 모두 『수수한 주부들』이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들은 언젠가 모인 작품으로 회원 전시회를 갖는 것이 꿈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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