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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진료 10만 명…실제 환자는 50만 명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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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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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강남역 살인 피의자에게서 찾아낸 조현병은 2011년 이전엔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 용어 자체가 주는 거부감 때문에 조현병으로 바꿔 부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0만4000여 명. 하지만 발병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분위기 탓에 실제 환자 수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망상·환각…범죄율은 일반인 비슷
불특정 대상 ‘묻지마 범죄’가 문제
“체계적 치료하면 폭력 예방 가능”

주요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은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과 사람들이 내 얘기를 수군댄다고 믿는 ‘관계망상’이 대표적이다. 무더운 날에 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도 흔히 나타난다. 다만 이 같은 증상만으로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보다 범죄를 일으키기 쉽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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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0.08%)은 일반인(1.2%)보다 낮았다. 해외 연구에서도 두 집단의 범죄율에선 별 차이가 없는 걸로 나타난다. 하지만 범죄가 발생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로 나타날 수 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선 범행의 정확한 동기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간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병이 재발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대부분이 범죄에 앞서 수차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등 ‘단서’를 남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치료와 관심만으로도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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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상계백병원 교수는 “환자들을 조기 치료하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줄이려면 법원이 정신과 치료를 명령하는 ‘외래치료명령제’ 등 강제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퇴원 환자들을 실효성 있게 관리하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병(調絃病)=신경전달물질이나 뇌 등에 이상이 생겨 사회적 관계에 장애를 겪는 질환. 환자 모습이 현악기가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혼란스러움과 비슷해 ‘조현’이란 표현을 썼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당뇨병 등의 합병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약물요법이 대표적 치료법이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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