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천식 환자, 독감·수두 걸린 어린이 아스피린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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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아스피린은 소염진통제의 대명사였다.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피린에 대해 ‘급성 심근경색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해 아주 적은 양을 꾸준히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후 이제는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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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는 역사의 아스피린, 최근엔 심장병 예방약으로 더 유명하다.

인류가 진통과 소염을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 역사는 기원전 150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드나무와 포플러나무 껍질을 약으로 사용해 통증과 열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두 나무에 포함된 살리실산이란 성분이 의학적 효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살리실산은 위벽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알아두면 도움 되는 약 상식

그러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 연구원인 펠릭스 호프만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위장장애가 적은 ‘아세틸 살리실산’을 합성했고, 아스피린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판매됐다. 이후 아스피린을 사용한 환자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아스피린이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피떡(혈전) 생성을 막고, 결과적으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앓았던 사람은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협심증이나 부정맥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심장혈관이 거의 막힌 상태인 협심증에서 아스피린은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50~70% 감소시킨다. 심근경색, 뇌졸중을 비롯한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25%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이 예방을 목적으로 먹어도 효과가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사람일수록 예방 효과가 좋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심장혈관·경동맥·죽상동맥 경화가 시작된 사람이라면 매일 소량(100~200㎎)의 아스피린을 먹는 걸 적극 권한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낮은 사람이라면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예방 효과는 적은 대신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은 뛰어난 효과만큼 분명한 부작용이 있다.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 건강한 사람이 아스피린을 심장병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려 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저울질한 후 결정해야 한다.

아스피린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했더라도 수술이나 간단한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잠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간단한 시술을 위해선 3~5일간, 큰 수술을 위해선 최소 1주일은 중단해야 한다. 심근경색·뇌졸중·부정맥·심장판막질환을 앓고 있다면 중단 여부를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기관지 천식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심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어린이가 독감이나 수두에 걸렸을 때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치명적인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용해선 안 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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