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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선거 폐지…28명 이사회서 뽑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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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농협중앙회 회장을 선거로 뽑지 않고 이사회 안에서 선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회장과 조합장의 권한은 대폭 줄어들고 감사위원장은 외부 출신이 맡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농협법 개정안 오늘 입법예고
“간선제서 이사회 호선제로 개편”
회장 권한 중앙회 업무로만 한정
일각선 “정치 외압 더 취약 우려”

조재호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간선제인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비상임 취지에 맞도록 이사회 호선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농협 회장은 정부 임명직에서 지역 조합장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선출직(직선)으로 1988년에 바뀌었다. 2011년부턴 대의원 280여 명이 선거를 치러(간선) 뽑았다. 현 김병원 농협 회장도 올 1월 12일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농협법이 개정되면 김 회장 후임부터는 이사회 28명 가운데 뽑힌 1명(호선)이 회장을 맡는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농협 회장과 조합장의 권한도 크게 축소된다. 회장의 역할은 ▶중앙회를 대표하며 ▶대외 활동을 하고 ▶조합을 육성·지원하는 중앙회 자체 업무로 한정된다. 비상임 직책인 조합장이 조합 경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농협법상 조합장의 사업집행권 허용 조항이 사라진다.

또 중앙회 감사위원장과 조감위원장은 감사가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 출신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회 감사위원장은 조합장 출신이, 조감위원장은 중앙회 임직원이 각각 맡아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은 의무적으로 상임감사를 선임해야 한다.

조 국장은 “농협이 생산자 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 임직원의 비리와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농업인의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무늬만 농민’인 조합원도 걸러내기로 했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을 하 는 사람만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한다. 농식품부는 농협 경제사업(농산물 생산·유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 수를 2014년 기준 4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농협 조합원 수는 약 230만 명이다.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공식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중앙회·축산경제·농업경제·지역조합 등 입장이 제각각이어서다. 농협 축산경제 대표를 축협 조합장들이 투표로 뽑는 특례규정이 사라지게 되면서 축협 조합원의 반발은 벌써 일고 있다.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대부분 선진국의 조합에서 호선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호선제를 실시한다면 현 대의원보다 더 소수에 의해 농협이 좌지우지되거나 정치 외압에 휘둘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를 외부 전문가로 임명하는 규정에 대해선 ‘낙하산’ 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수협중앙회에서 수협은행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신경 분리 법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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