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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북 vs 세종, KTX 세종역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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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KTX 호남선 세종역 신설에 반대하는 충북·충남이 세종시와의 상생협약을 취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세종역이 충청권 갈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양상이다.

지자체 간 상생협력 협약 취소
공주시의회도 성명서 내고 반발
“세금 낭비되고 저속철 될 것”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남 보령~경북 울진을 잇는 동서5축고속도로건설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생태하천 관광사업 등을 위해 서로 돕자는 취지로 지난 12일 열기로 했던 ‘충북도-세종시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이 전격 취소됐다. 충북도 서승우 기획관리실장은 “안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세종역 신설 문제가 불거져 협약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라며 “세종시가 사전 상의없이 세종역을 만들겠다고 나와 당분간 공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역 신설 논란은 2014년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있었다. 세종시의 ‘2030도시기본계획’에 역 신설 방안이 포함되면서 오송읍기관단체협의회 등 충북지역 시민단체가 반대했다. 당시 국토부가 “KTX 세종역 신설은 결정된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자 세종역은 한동안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세종역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이해찬(세종) 의원이 당선되면서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이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에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겠다”며 “BRT(간선급행버스)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면 세종 시내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춘희 세장시장도 세종역 설치를 위해 인근 지자체와 국토부를 설득하겠다며 이 의원의 공약을 반기고 있다.

충북은 반박하고 있다. 세종역 예정지에서 20㎞ 정도 떨어져 있는 오송역의 분기역 기능이 상실될 거란 주장이다. 올해 본격 추진할 역세권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도 조병옥 균형건설국장은 “세종역 설치 주장은 세종시 탄생 때 이뤄진 충청권의 공조와 상생발전이라는 큰 틀을 깨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오송역은 세종시에서 불과 17㎞ 거리에 있어 기능면에서 ‘세종역’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충남 공주시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통된 KTX 공주역이 위축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주역은 세종역 신설 예정지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져 있다. 공주시의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미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역으로 기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말도 안 된다”며 “새 역사 건설로 세금이 낭비되고 고속철이 저속철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두영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세종시는 충청권 공조의 산물로 태동 당시부터 오송역을 관문역으로 하는 도시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세종역 논란을 계기로 국회분원 유치 등 충청권이 연대해야 할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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