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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문화를 알리는 디지털 인간문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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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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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몇 주 전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다 경이로운 영상을 발견했다. 인터넷 디자이너로 일하는 고효주씨의 동영상이었다. 여의도공원에서 롱보드를 타고 다니는 영상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오디오 트랙이 매력적이었다. 롱보드도, 고효주도 잘 모르지만 그 동영상에 완전히 매료돼 열 번은 본 것 같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기쁨, 자신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것을 할 때의 희열, 영상은 이 모든 것을 아름다운 여의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인터넷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 동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고 시청 횟수는 수십만 회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나를 흥분시킨 것은 이제 한국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가 수출되는 새 시대가 왔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정성하라는 기타 신동이 전 세계의 유튜브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일회성 사건이었을 뿐 하나의 트렌드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누군가가 한국이 전 세계에 수출하는 주요 대중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K팝이나 K드라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효주나 정성하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해 경계를 넘고 낡은 틀을 허물고 있 다.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다. 이들은 전례 없는 세계적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들이 창조하는 디지털이나 영상 콘텐트의 새로운 형식에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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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튜브에는 한국 콘텐트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국인들의 활동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콘텐트 창작자인 스콧 김과 크리스천 유는 ‘왓 더 파인애플(What The Pineapple)’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한국 친구들의 생활을 한층 일상적인 영어 및 한국어 포맷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들의 뮤직 레이블인 디피알(DPR) 역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음악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콘텐트들은 자신감 있게 장벽을 무너뜨리며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새로운 세대의 한국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그런 콘텐트 창작자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사고가 확장돼 고효주와 같은 독립적인 뉴미디어 창작자도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