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보다 11배 비싼 금배지 새로 만든 봉화군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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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의회 의원들이 은으로 만든 배지를 사용하는 국회의원보다 약 11배 비싼 금배지를 지난해 새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봉화경찰서가 봉화군의회로부터 지난 2년간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등 지출 내역서를 이달 초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한자에서 한글로 배지를 바꾸자 봉화군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덩달아 한글 '의회'를 새긴 배지로 교체했다. 그런데 배지 하나를 만드는데 금 2돈쭝(1돈쭝은 3.75g)을 들여 개당 약 40만 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국회의원 배지는 99% 은으로 만들어져 개 당 가격이 3만5000원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은으로 만들었는데 그보다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봉화군의회 의원 배지는 비싼 금으로 만든 셈이다.

봉화군의원들의 비상식적 행태는 이 뿐 아니다. 의원과 의회 직원들에게 한 벌에 30만 원 짜리 브랜드 등산복을 수차례 구입하는 등 비리 의혹도 제기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15만 원 상당의 운동화 상품권을 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봉화군의회는 의원은 모두 8명이고 의회 직원은 12명이다.

군의회는 수사가 시작되자 19일부터 7박9일간 예정된 미국 연수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위약금 1600여 만 원을 물었다.

이에 대해 봉화군의회 관계자는 "금배지는 의원들이 출장 여비를 쓰고 남은 돈을 모아 마련했고 등산복 등은 군의회가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 협의체에 내는 분담금 중 행사 때 돌려받은 돈으로 구입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업무추진비와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황재현 봉화군의회 의장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 터진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봉화=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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