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봉화 내성천의 겨울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올 겨울 추위 참 매섭다. 닷새 만에 들어서는 봉화 장날, 여느 때면 북적거릴 저잣거리도 스산한 바람만 요란할 뿐이다. 그나마 장 나들이 나선 봉화 아낙들은 목도리로 얼굴을 동여맨 채 종종걸음이지만 둑 너머 내성천엔 개구쟁이들의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동장군의 기승에 어김없이 얼어붙은 강줄기가 방학을 맞은 동네 꼬맹이들의 놀이터와 다름없다. 별다른 놀이기구도 없지만 갖가지 놀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게 신통하다. 냅다 뛰어 얼음지치기, 돌멩이 던져 얼음구멍 내기, 얼음구멍 건너뛰기, 얼음조각 발로 차기, 술래잡기, 그러다 얼음판이 제 집 안방인 양 뒹굴기까지 한다. 서산에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도 제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는 놈 하나 없다. 결국 하나둘 찾아오는 엄마 손에 이끌려 발길을 돌리면서도 아쉬운 듯 눈망울은 얼음판을 떠나지 못한다.

"춥지도 않나. 감기 들면 어쩌려고 윗도리까지 벗어 제꼈노."

"안 춥다. 덥다"며 씩 웃는 해맑은 웃음에 입김이 모락모락 퍼져 오른다.

인물사진은 우선 찍는다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카메라를 매개로 함께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사진을 찍기보다 같이 놀며 마음부터 나누면 살아 있는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게 마련이다.

한순간의 정지 장면이지만 사진 속의 표정은 영원히 살아서 이야기를 한다. 피사체가 사진 바깥으로 금세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느낌의 사진이면 더할 나위 없다. 순간적인 동작을 잡아내려면 감도를 높이고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Canon EOS-1Ds MarkII 70-200mm f4.5 1/250초 Iso 400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