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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전화기, 세계 첫 ‘벽돌폰’…역사적 폰 3300점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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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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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여주시립 폰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박물관에는 한국 최초 휴대전화 등 3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인류 최초의 전화통화 내용은 ‘왓슨,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다. 미 과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1876년 ‘물 전화기(The Water Transmitter)’를 만들었는데 옆 방의 토마스 왓슨에게 전화를 걸다 그만 황산 병을 엎질러 불을 낸 것이다.

여주시립 폰박물관 가보니…
벨이 만든 세계 첫 전화기부터
국내 최초 휴대전화까지 전시
한국 IT 기술의 발전사 증언
이달 말까지는 무료로 개방

물 전화기는 송화기에 대고 말을 하면 울림이 전기회로를 작동시켜 상대방 수화기에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 물이 사용돼 물 전화기로 불렸다. 당시 둘을 이었던 물 전화기는 지난달 26일 문을 연 여주시립 폰박물관 역사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모조품이지만 미국 벨사(社)에서 제작한 특별 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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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에릭슨사가 1895년 생산한 ‘자석식벽걸이전화기’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이 전화기는 1896년 고종황제 때 국내에 수입됐는데 사형집행 직전의 백범 김구 선생 목숨을 구한 전화기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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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휴대전화로 ‘벽돌폰’이라 불렸던 모토로라의 다이나텍 8000X(1983년), 최초의 스마트폰격인 IBM의 사이먼퍼스널커뮤니케이터(1994년), 최초의 블루투스 폰인 에릭슨의 T36(2000년) 등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유일의 휴대전화 박물관 답게 휴대전화·개인휴대단말기(PDA)·삐삐 등 전시된 이동 통신기기는 3300여 점에 이른다.

폰박물관 주제관에서는 정보통신 강국 한국의 탄생 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 제품 모방에 급급했던 국내 제조사에게 크기·무게를 대폭 줄인 모토로라의 스타텍은 넘을 수 없는 기술의 집약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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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휴대전화 SH100.

하지만 삼성전자가 1988년 폴더형 모델(SCH-800)을 출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스타텍은 액정 크기가 작았는데 SCH-800은 배터리를 후면에 디자인하면서 액정크기를 키운 것이다. 삼성은 당시 외환위기 극복과 폴더형 개발의 염원을 담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란 문구를 휴대전화 회로기판에 프린트하기도 했는데 이 기판 역시 폰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폰박물관의 모든 전시·소장품들은 신문기자 출신이자 작가인 이병철(66) 관장이 15년가량 수집한 것들이다. 이 관장은 세상을 잇는 현대의 중요 문화유산인 휴대전화가 단순히 쓰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외국 방문 또는 인터넷 국제 경매 등을 통해 사들였다. 우리나라 최초 휴대전화인 SH100은 2006년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소장자를 7번이나 찾아가 손에 넣었다.

박물관을 염두에 두고 수집에 나선 이 관장은 2008년 자비를 들여 자신이 살던 여주시 점동면에 국내 유일의 휴대전화 박물관인 폰박물관을 세웠다. 2014년 여주시에 자신의 폰박물관을 기증했고 여주시는 인근 강변유원지내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립박물관(전시공간 1개 층, 500여㎡)으로 새롭게 개관하기에 이른다. 리모델링 비용은 17억원이다. 이 관장은 초대 관장으로 초빙됐다. 이 관장은 “휴대전화는 인류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이어지게 한다”며 “1000년 후에는 대표유물로 2000년 전 신라금관, 1000년 전 휴대전화를 꼽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주시 문화관광과 박제윤 과장은 “이 관장이 기증한 휴대전화는 전화의 탄생을 보여주는 유물들로 문화·기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특색있고 경쟁력있는 시립박물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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