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원인의 사고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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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잊어버린다는 것은 좋은 약』이란 말이 있다. 마음의 상처나 악몽 같은 기억들은 시간과 함께 잊혀지고, 그러면 다시 평상심과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얻은 교훈이나 경험은 오래 간직하여 되새김으로써 다시는 그런 잘못이나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사소한 부주의에서 끔찍한 비극으로 발전하고, 그 원인은 대부분 그 전에 일어났던 사고원인의 되풀이에서 비롯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 일요일 청평호수 나룻배 침몰사고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사소한 안전수칙읕 무시한데서 자초한 사고였다. 정원 13명에 불과한 작은 나룻배에 승선능력의 2배나 되는 26명이 탄 것부터 사고요인을 안고 있었다.
80여명을 수장시킨 지난69년9월의 경남 창영 남지도선장 나룻배 전복 사고를 비롯해서 해마다 3∼5건씩 일어나는 나룻배 전복사고의 원인이 한결같이 정원초과에서 비롯됐음을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원인의 사고가 끊이지 않음은 우선 행정당국의 관리태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조그마한 나룻배 하나 하나에까지 미칠 행정력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르나 평소 인명에 책임용 진 사공들에 대한 안전수칙 교육이라도 철저히 했어야할 것이다.
더구나 사고당시 유원지인 청평호에는 승객이 많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지도감독관마저 없었다는 것은 행정당국의 책임임이 분명하다.
일일이 지도 감독할 형편이 못된다면 최소한 나룻배 선체에 승선 정원의 숫자 표시라도 해놓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원 표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명시해 둔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배에 오르는 무모함을 억지 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편 정원을 외면하고 배에 오르는 승객들에게도 문제가 없지 않다. 승선하기 전에 정원을 확인하고, 사공이 정원을 초과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이를 스스로 제지하는 분별력은 승객들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필경 먼저 건너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자진해서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본다.
더구나 유원지 행락의 분위기가 취기와 들뜬 기분에 만용을 부채질함으로써 참변의 요인을 자청하고 감수하려 드는 경향마저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 행락 시즌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이번 사고는 또 하나의 경고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행락철 뿐만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기 쉬운 우기에는 특히 나룻배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무엇보다도 먼저 행정당국의 도선장에 대한 전면적인 감독과 점검이 있어야 하겠다. 유원지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정원표시를 분명히 하여 승선정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지도해야하며 승객들도 스스로 이를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설마」하는 방심이 백의 하나라도 사고를 불러오는 일이 없도록 행정당국, 나룻배, 승객 모두가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목숨을 잃어가면서 서둘러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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