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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청와대 기생 인사 문책” 친박 “김용태·이혜훈 당직 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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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상견례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렸다. 정진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모였다”며 “내년 12월 대선 승리가 공동 목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일표·이진복·홍문표 비대위원, 김용태 혁신위원장, 정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이혜훈·김영우·정운천 비대위원. 김세연·한기호 비대위원은 해외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4·13 총선이 끝난 지 34일 만인 16일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다시 정면 충돌했다.

김용태 “청와대 인사 답 아니다”
비박이 다수인 비대위, 친박 성토
친박계 20명은 비대위 비난 회견
“완장 찬 정 원내대표의 쿠데타”

선공은 비박계였다.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비상대책위와 혁신위를 중심으로 당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한다”(김영우), “당이 사형선고를 받은 심정으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이혜훈)고 성토했다.

비박계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당에 남아 있는 계파 문제를 청산해야 당이 살아날 수 있다는 데 여러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청와대에 ‘기생’해 온 인사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며 친박계에 날을 세웠다.

한 회의 참석자는 “비상대책위원 대다수가 비박계인 데다 김용태 혁신위원장도 비박계여서 회의가 이들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며 “중도·친박 성향인 원내지도부(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가 중재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이 전한 비대위 비공개 회의 장면은 친박이 다수였던 총선 전 최고위원회의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용태 혁신위원장=(카메라 기자들이 철수하자)“박승춘 보훈처장의 행태를 언제까지 참아줘야 합니까.”

국가보훈처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

▶정 원내대표=“그래도 우리가 여당인데요. 정부를 향해 무조건 질러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비박계 위원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자 정 원내대표는 “내가 어제(14일) 박 보훈처장을 불러다 밖에 다 들릴 정도로 호통을 쳤는데도 도통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 이 정부 진짜 잘 안 바뀐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야당의 두 원내대표(우상호·박지원)에게 정 원내대표가 한 노력을 다 설명했다. 야당이 우리 당과 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비박계 참석자들은 “야당에는 설명하면서 왜 국민에게는 지금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느냐”며 김 정책위의장을 압박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재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박계 위원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청와대 인사에 대해 "국민(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비대위가 내린 결론에 친박계 인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후 박대출(진주갑) 의원 등 친박계 당선자 20명은 오후 4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편향된 친이계 위주로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을 뽑았다”며 인선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은 우물 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김선동, 이헌승, 윤재옥, 이장우, 이채익, 박맹우, 함진규, 이우현, 홍철호, 김진태, 김기선, 박덕흠, 김태흠, 이완영, 김석기, 최교일, 이만희, 박대출, 윤영석, 박완수 의원 및 당선자 등 친박계가 이름(성명서 기재 순)을 올렸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용태 의원과 비대위원으로 들어간 이혜훈·홍문표 의원 등 비박계 색채가 강하거나 총선에 책임이 있는 인물은 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에 대해 정 원내대표가 ‘재고해달라’고 한 것에 대해 강성 친박계가 들고 일어났다”며 “완장 찬 정 원내대표의 쿠데타”라고 날을 세웠다. 회견 후 일부는 정 원내대표에게 몰려갔다.

▶김태흠=“편향적 시각으로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들(비박계)이 비대위의 중심이 됐다는 건 큰 문제다.”

▶정진석=“원내부대표단을 친박 중심으로 꾸렸다고 언론이 지적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비대위와 혁신위는 이렇게 인선했다.”

▶김태흠=“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이 무슨 친박이냐. 그리고 원내부대표단이 무슨 힘이 있느냐. 비대위가 힘이 있지.”

친박계 한 인사는 “‘정 원내대표가 친박을 배신했다’는 말이 돌면서 세 규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친박계 초·재선급 의원들은 조만간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친박의 집단 반발에 한 비박계 의원은 “총선 참패 후 잠잠하던 친박이 다시 패권주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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