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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재생 가능한것만 지원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불매기업의 정리는 최근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정책과제의 하나다. 부실기업의 존재는 경제위 활력을 잠식할 뿐 아니라 실업등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실기업의 발생 원인부터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 같은 자유경제에서는 언제나 많은 기업이 새로 생기고 이와 동시에 많은 기업이 도견하는 운명을 맞게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실기업은 과거에도 있었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급격한 대내외 경제 여건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80년이후 기업환경 중 가장 큰변화는 물가가 크게 안정되고 성장속도가 둔화되었다는 점이다. 81년만 해도 20%를 상회하였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 2년간은 거의 3%미만으로 안정세를 유지 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60년대 초부터 70년대 말까지 연평균 9%를 웃돌던 경제성장률이 지난 몇 년간은 7%수준으로 둔화되었고 특히 수출 증가율은 과거의 연40% 수준에서 10∼15%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경제환경의 변화가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친 바는 실로 크다 하겠다. 고인플레와 고성장하에서의 기업경영은 가급적 많은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차임하여 기업읕 확대하고 부동산등 빈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수익을 올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크게 안정되고 실질 금리수준이 높아졌음은 물론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상황에서는 신규투자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에 역점을 두어야 하며 부동산등 실물투기의 기회도 찾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이 무모한 기업 확장이나 부동산 투자에 의존하는 기업은 자연히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읕 것이다.
이러한 일은 비단 우리만이 겪는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최근 미국·홍콩등 지역에서도 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저물가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자금수급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혁신이 과거 어느때 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속한 기술진보는 생산성향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기업경영에 유리하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계속 새로운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첨단산업 기업들이 불과 몇 년만에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부각되었다가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산의 위기틀 맞게되는 사실로서 이를 잘 알 수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생산시설의 소규모화와 기업조직의 분권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생산시설이 작아야 새로운 기술의 대두에 따른 시설 개체가 용이하며,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이 단순해야만 여건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판단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살아남고 더욱 성장하려면 국내외 여건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인것 같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나 원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부실기업은 시장원리에 의해 도태되는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논의 단순한 적용은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을 야기할수있다. 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실업은 사회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대기업의 도산은 우리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도와 실추는 물론 관련 금융 기관의 부실화등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조세감면규제법의 개정한은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앞으로 재생이 충분히 가능하면서도 계속 방치하는 경우 사회적 손실이 매우 커질것으로 예상되는 부인기업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개입 또는 지원 방버을 고려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등이 유의되어야 한다.
우선 기업은 살린다 하더라도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부실 기업의발생을 억제하고 사회정의를 확립한다는 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영자가 기업을 소생시킬수 있다는 확신이 입증되어야 할것이다. 특히 부실기업의 인수에 따른 조세 및 금융상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 인수자에 대한 엄정한 심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개입 또는 지원 가정이 가급적 공개적으로 이루어 짐으로써 일반 국민이 부실기업의 정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특융을 허용함으로써 대기엄의 도산이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하는것을 막을수 있는 제도적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70년대 방만한 경제운용과 기업경영의 유산이라고도 할수 있는 한계기업의 과감한 정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기업부실로 인한 국가부담을 최소화하고 우리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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