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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국 미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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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이 외채를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얘기는 미덥지 않다. 그것도 몇 억 단위를 넘어 향후 1년 안에 세계 최고의 채무국이 된다는 것이다.
채무국이란 대외 자견 잔고보다 대외부채 잔고가 더 많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 채무가 「세계 최고」 수준이면 1천2백억달러의 외채를 짊어진 브라질보다도 빚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아닌 미국 「볼드리지」 상무장관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의 1·4분기 경상수지를 발표하며 3백억달러의 적자를 밝혔다.
이 숫자를 뒤집어 보면 같은 기간에 미국의 대외 순투자 잔고가 제로(령)에 접근했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로 적자가 진행되면 1년안에 브라질 수준의 채무국이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역사상 미국이 「빚장이 나라」였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l차대전을 치른 후인 19l9년 미국은 채무국이었다.
앞으도 미국의 채무는 해마다 가속되어 1989년에는 그 액수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1조달러면 연간 이자만 해도 1천억달러다.
지금까지 미국의 투자수익은 년3백억∼4백억달러의 흑자였다. 그러나 1천억달러의 이자를 물고나면 그 흑자는 7백억달러의 적자로 바뀐다. 이 그래프를 다시 일으켜 세우러면 미국은 적어도 년간 7백억탈러의 무역흑자를 내야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미국은 올해만해도 1천5백억∼1천7백5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제 미국 경제는 이처럽 어둡기만 한가.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프리드먼」(시카고대학 명예교수)은 이런 질문에 장외의 답변을 하고 있다.
-『어째 상무국이 나쁘단 말인가.혹시 미국이 일상소비를 위해 돈을 꾸었다면 문제다. 그러나 공양을 짓고,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을 북돋워 주기 위해 돈을 빌은 나라는언젠가 생산품을 만들어 내 그 이익으로 이자를 물수 있게 된다. 그런 경우 돈을 빌려준 나라도, 돈을 꾸어 쓴 나라도 모두 득이 아닌가』「프리드먼」은 채권국이 되었다고 으스대는 일본에도 한마디 충고를잊지 않았다.
-『일본이 채권국이 되었다는데 특별히 무슨 득이라도 있다는 말인가』일본이 국내 저축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비웃는 얘기다.
시각을 달리해 미국의 채무를 부채질한 스트롱 달러가 미국의 경쟁국인 소련에 준 영향도 평가해볼만하다. 해마다 곡물을 수입해야하는 소련의 경제사정, 위성국들에 끊임없이 경제원조를 해추어야하는 외교적 사정을 감안하먼 스트롱 달러는 소련의 힘을 빼는 그 어떤 무기보다도 큰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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