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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생후 32주 내 세 번 접종! 장염 걸린 영·유아 확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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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개월인 이승원군이 지난 12일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사실에서 로타바이러스 백신(생후 2개월부터 접종) 2차 접종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신생아 및 영·유아에게 급성 장염을 일으켜 온 주범이 있다. 로타바이러스다. 5세까지의 영·유아 95%는 최소 한 번은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탈수를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백신이 2007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난 10년간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장염 발병률은 크게 떨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려 진료를 받은 5세 미만 영·유아는 2011년 1만8317명에서 지난해 6946명으로 5년 새 37.9%나 줄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 도입 10주년

로타바이러스는 수레바퀴와 닮은꼴이다. 그래서 로타(Rota·라틴어로 수레바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수레바퀴’는 주로 장 내벽을 굴러다니며 점막 여기저기를 할퀴고 상처를 낸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영·유아에게 급성 장염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기의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손문(대한소아과학회 이사) 교수는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아기의 기저귀를 갈면서 엄마의 손에 로타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며 “엄마가 다른 아기를 안거나 만질 때 아기 입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산후조리원 같은 공동시설에서 철저한 위생이 더 필요한 이유다.

비누나 손세정제를 사용해도 이 바이러스는 잘 씻기지 않는다. 또 추위에 강해 11월부터 로타바이러스 장염 환자가 늘어난다. 5세 미만의 영·유아가 이 바이러스로 장염에 걸리면 열이 나거나 토할 수도 있다. 하루 열 번 넘게, 9일가량 설사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을 많이 잃어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비누·손세정제로 바이러스 안 씻겨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이사) 교수는 “영·유아의 몸무게 중 60~75%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며 “수분 비율이 50~55%인 어른보다 탈수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전 세계 200만 명이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입원했고, 이 가운데 59만2000명이 심각한 탈수로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려 탈수 상태에 이르면 빠른 시간 안에 수액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나 각국 취약계층의 영·유아 가운데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로타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대신 몸안에 들어왔을 때 로타바이러스를 대변으로 내보내는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백신’을 통해서다. 이 백신이 보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줄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백신 보급 이후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멕시코에선 41%, 브라질에선 30~39% 감소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꼭 접종하도록 권고한다.

WHO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 권고

국내에선 2007년 9월부터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보급됐다. 이 백신이 널리 사용되면서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영·유아가 크게 줄었다.

한림대 의대 소화과학교실 김광남 교수 연구팀은 2006~2013년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5세 미만 영·유아 1165명을 연도별로 비교했다. 그랬더니 2006년 입원 환자는 228명이었는데 2013년 77명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덕이다. 신 교수는 “2007년 백신이 보급되면서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입원하거나 치료받은 아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장염을 일으키는 여러 항원들(혈청형) 가운데 5가백신과 1가백신이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70%가량 사용되는 백신은 MSD사의 5가백신인 로타텍(RotaTeq)이다. 2007년 6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로타바이러스 위장관염(장염)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허가받았다. 이 백신은 우리나라 영·유아가 가장 많이 감염되는 로타바이러스 5종(G1, G2, G3, G4, G9P1A[8])에 대해 항체를 만든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학교실 김동수(전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 교수는 “로타바이러스를 일으키는 항원은 여러 가지인데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며 “5가백신인 로타텍이 1가백신보다 우리나라 영·유아에게 필요한 다양한 항원을 더 잘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로타텍은 2mL 분량의 약을 생후 2개월에 처음 먹이고 생후 4개월, 6개월에 각각 먹이면 된다. 늦어도 32주 안에 세 번 모두 접종해야 한다. 이 백신의 장염 예방 효과는 첫 복용 때부터 나타난다. 회당 접종 비용은 8만~10만원 선이다.

|어린이 모델 10명 선발
 로타텍 먹은 덕에 튼튼하게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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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텍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선발된 어린이들이 생일 축하 팻말을 들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MSD가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 출시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10주년 생일파티’를 열었다. 이번 기념촬영 행사를 위해 모델로 선발된 어린이는 모두 10명. 이 어린이들은 모두 생후 2개월 때 로타텍을 접종했다. 모델로 뽑힌 한예솔(9)양의 엄마 박정순(34)씨는 “예솔이가 생후 2개월 때 로타텍을 접종해선지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지 않고 튼튼하게 자랐다”고 말했다.

로타텍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국내에는 2007년 9월 선보였다. 2010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국내 로타바이러스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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