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산증인' 외신기자들 36주년 맞아 광주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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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국 정부는 (광주)시민들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1980년 5월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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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당시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렸던 브래들리 마틴(74·더 불티모어 선·왼쪽)·팀 셔록(65·저널 오브 커머스·가운데)·노만 소프(69·아시아 월스트리스 저널)가 5·18 36주년을 맞아 15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했다.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이날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외신기자들. 프리랜서 장정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미국인 외신기자들이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5·18 36주년을 맞아서다.

브래들리 마틴(74·더 불티모어 선)·노만 소프(69·아시아 월스트리스 저널)·팀 셔록(65·저널 오브 커머스) 등 3명은 15일 낮 12시30분쯤 용산발 목포행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세 사람은 80년 당시 일본·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5·18을 전 세계에 보도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들은 이날 광주광역시 한 호텔에 짐을 푼 뒤 36년 전 광주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하며 놀라워 했다. 일본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다가 5·18 취재를 왔던 마틴은 "(옛) 전남도청 주변에는 군부에 저항하다가 숨진 이들의 시신으로 가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소프도 "당시 끔찍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광주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5·18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과거 정부가 (5·18의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 역시 그런 주장에 대해 파악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마틴의 말이다.

5·18의 산증인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마틴은 "전 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대통령"이라고 했다. 소프도 "전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들 중 소프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한 대학교 국제여름학교에서 강의를 맡으며 매년 여름 한국을 찾는다. 그때마다 외국인 학생들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다고 했다. 셔록은 1996년 미국에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광주항쟁 관련 자료의 비밀을 해제시키는 역할을 했다. 5·18을 알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광주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밤 광주에 도착할 예정인 또 다른 외신기자 1명과 함께 16일부터 옛 전남도청 별관 등 80년 5월의 현장 곳곳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어 17일 열리는 5·18 36주년 전야제와 18일 36주년 기념식 등에 참석한 뒤 19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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