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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사운드, 소수외침 동참. 만족 모르는 그녀의 무한 질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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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호 6 면

지난달 23일 내놓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로 비욘세(35)는 팝 역사에 길이 회자될 위업을 달성했다. 신보 출시와 함께 ‘빌보드 200’의 선두를 4일 꿰참으로써 모든 정규 음반을 발매 첫 주에 빌보드 200의 1위에 올린, 최초이자 유일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또한 전작 ‘비욘세(Beyonce)’로 세운 자신의 지난 기록을 갈아치우며, 데뷔작을 시작으로 여섯 장의 작품이 내리 빌보드 200의 정상에 직행한, 하나뿐인 여성 아티스트로도 남게 됐다.


비욘세는 현재 팝계에서 ‘여왕’이라 불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인물이다. 판도를 살펴보자.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시대는 지났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같이 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부침을 반복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차기 대관식의 주인공을 꿈꾸는 리아나,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와 같은 후발주자들에겐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1997년 여성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이름을 처음 알린 이후 비욘세는 오랫동안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의 보컬은 물론이거니와 힘 넘치는 댄스, 캐치한 알앤비 팝 사운드, 섹시한 이미지, 큰 규모의 공연 같은 여러 무기로 매력을 어필해왔다. 그룹 시절의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과 2003년 솔로 전환 후의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 ‘할로(Halo)’, 영화 ‘드림걸스’에 수록된 ‘리슨(Listen)’ 등이 빛나는 경력을 알리는 대표곡들. 음악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큰 상업적 결실도 거뒀다.


그러나 행보가 이러한 수준에만 그쳤다면 위대한 뮤지션의 지위까지는 획득하지 못했으리라. 비욘세는 인기 많은 팝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음악적 성장을 도모해왔다. 전통적인 흑인 음악의 정도를 걸어감과 동시에 실험적인 요소들을 더해 독특한 사운드를 확보하고자 했다. 비욘세가 구사하는 너른 음악 영역 안에는 반세기 전의 가스펠과 알앤비, 소울에서부터 오늘날의 힙합, 일렉트로니카까지 담겨있다. 대중음악의 통사를 쏘다니며 정수만 뽑아 섞어 내오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단 역시 그의 작품이라면 두 손들고 환영하기 바쁘다. 신작에서는 심지어 백인의 전유물, 컨트리까지 재료로 다뤘다.


소수의 외침에 동참하기도 한다. 비욘세는 페미니즘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의 ‘인디펜던트 우먼(Independent woman)’와 이후의 ‘런 더 월드(Run the world)’를 포함한 다수의 곡에서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을 노래했다.


또 지난해 볼티모어의 프레디 그레이 사망 사건 등으로 화두에 오른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보에도 수록된, 흑인으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싱글 ‘포메이션(Formation)’이 그 결과물. 음원 공개 이튿날인 2월 7일 미국의 모든 시선이 향해 있는 슈퍼 볼 50 하프타임 쇼 무대에서 비욘세는 흑표당을 연상시키는 댄서들과 함께 이 곡을 다뤘다.


성공을 거두는 그 순간에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해 다음 노래와 이야기할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항상 선사한다. 모두의 인정을 받는 톱스타의 존재가 흔치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욘세의 독보적인 위치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실로 상당하다.


음원 성적과 눈부신 외모, 화려한 사생활. 대중매체에서 비욘세는 주로 이렇게 부각된다. 그러나 비욘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왕관은 이들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찬란하고 당당한 이미지 너머에는 부단히 꿈틀대는 열정과 쉼 없는 시도가 있다. ‘퀸 비(Queen Bey)’, ‘비욘세 여왕’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은 쉽게 얻은 것이 아니다. ●


글 이수호 대중음악웹진 이즘 편집장 howard19@naver.com사진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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