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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5·18 알린 활동가, 강제 출국…인천공항서 입국거부

중앙일보

입력

 독일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온 80대 활동가가 36주기 5·18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았으나 강제 출국됐다.

5·18 기념재단은 13일 "독일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동포 이종현(80) 사회활동가와 부인이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강제 출국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독일인 부인과 지난 12일 입국한 뒤 하루동안 억류돼 있다가 이날 오후 돌아갔다.

1965년에 광부로 독일에 건너가 생활하던 중 TV를 통해 5·18 소식을 접한 이씨는 현지에서 집회와 시위를 열어 고국에서 일어난 5·18의 참상을 전했다. 최근까지 매년 5월에는 동포들과 함께 5월 민중제를 열어 5·18을 기념해왔다.

5·18 기념재단은 사회운동 단체인 재유럽민족민주운동협의회 의장, 코리아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한 이씨를 오는 16일부터 기념재단과 아시아문화운동연대가 주관하는 2016 광주아시아포럼의 해외 세션 발표자로 초청했다. 앞서 이씨는 독일에서 열었던 5월 민중제 관련 자료들을 지난해 기념재단에 기부했다.

기념재단은 이씨에 대한 강제 출국과 관련해 이날 전남대학교 용지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한민국의 민주화 및 5·18 진상 규명을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 이씨에 대해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와 제12조를 들어 입국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와 제12조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거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기념재단 측은 "80세의 고령에 평생을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분이 어떻게 출입국관리법을 어겼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초청 목적이 분명하고 이씨의 신분과 국내에서의 활동에 대해 재단이 책임지겠다고 국가정보원에 수차례 약속했지만 정부 입장은 바뀌지 않고 결국 강제 추방했다”며 “해외동포의 자유로운 고국 방문과 국가기념행사 참석을 막는 정부에 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재독 사회학자인 독일 뮌스터대학 송두율 교수, 독일에서 활동한 윤이상 작곡가 등에 대해서도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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