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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진해운 전 오너의 주식 매각 의혹 성역 없이 파헤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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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주식 매각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 전 회장이 지난달 6일 한진해운의 외부 컨설턴트와 통화한 뒤 14차례에 걸쳐 자신과 두 딸이 갖고 있던 주식 전량을 팔아치웠다고 어제 밝혔다. 또 지난 11일 그의 사무실과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달 초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방침이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대로라면 최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가 된다. 금융위원회는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보유했던 지분 처분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을 1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조선 오너 일가는 최소 3만 명의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을 만큼 회사를 부실 관리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였다. 여기에 더해 자율협약 이후 폭락이 불 보듯 뻔한 주식을 미리 팔아치우고 골치 아픈 기업 경영에서 발을 빼려 했다면 단물만 빼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 다.

이는 마치 침몰 중인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이준석 선장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내부 정보를 모르는 선량한 투자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가자 주가 폭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주가는 최근 한 달여 사이에 40%가량 폭락했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별세하면서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려고 받은 대출 상환을 위해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수사 당국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최 전 회장에게 주식 관련 사항을 보고해 온 한진해운 내·외부 관계자 전원을 성역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해운·조선산업은 지금 대규모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