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담뱃갑 경고그림, 상단 부착이 정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흡연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부착이 의무화됐다. 이는 어제 열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오는 12월 23일 발효되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심사해 ‘담뱃갑 경고그림 상단 표기’에 대해 동의하면서 이뤄졌다. 애초 규개위는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것은 효과가 불분명한 규제라며 경고그림의 위치를 담배회사 자율에 맡기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재심사 끝에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상단 부착이 의무화된 것이다. 이로써 얘기가 나온 지 14년 만에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이 들어가게 됐다.

담배의 유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부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이번 동의는 긍정적이다. 2003년 192개 유엔 회원국이 채택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경고그림의 상단 부착을 권고했다. 200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80여 개 국가가 이미 권고를 수용했고, 20일부터는 유럽연합(EU)도 이를 적용한다.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은 담배의 위해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인 보건 캠페인이다. 전 세계가 이런 방법으로 담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조치가 확실히 효과를 거두려면 눈에 잘 띄는 곳에, 금연 결심을 강력히 유도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경고그림을 넣어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대한 계도 효과까지 생각하면 이런 조치가 필수적이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높은 흡연율은 국민 건강의 최대 위해 요인 중 하나다. 담배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에 들어가는 보건의료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중한 생명의 손실이다. 흡연율을 낮추는 것은 국민보건과 국가경제 모두에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잠정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3%로,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담뱃값 인상과 캠페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성인 남성 흡연율 20%대 진입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속적인 금연 캠페인이 필수적이다.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부착을 계기로 더욱 강력하고 적극적인 금연 캠페인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