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앞에 무력한 미 군사력|장두성 워싱턴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레이건」 미 대통령은 81년 1월 27일 오랜 피납 생활끝에 이란에서 풀려 나온 미국인질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테러행위에 대한 강경 대처를 약속했었다.
『테러범들은 국제적 행동규범의 룰을 위반할 때 미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보복을 취할 것임을 명심해야 된다. 우리는 군사력의 한계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83년 4월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이 폭파되었을 때도 그는 『이 잔학한 짓을 지시한자들은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해 10월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 막사가 폭파당해 2백70여명의 해병이 사망했을 때 그는 또 『이 테러행위의 책임자를 색출해서 처벌하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말로만의 강경대응론은 실제 행동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18일에 있은 TV회견에서 「레이건」은 『쏠 목표도 없이 적당히 겨냥해서 총질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보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의 이날 태도는 80년 이란인질사건 때 「카터」대통령이 보인 신중론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평가였다.「레이건」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서기 전에 행한 강경발언 때문에 「카우보이」라는 비난을 반대파들로부터 받아왔지만 백악관에 들어선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게 사실이다.
「레이건」외교의 특성은 외교정책수단으로써 직접 군사개입을 하는 대신에 중동·아프가니스탄·중미에서 보듯이「대리전쟁」을 후견하는 방식에 역점을 두는 것이었다.
테러사건의 경우 「레이건」의 신중론은 그가 지적한 「군사력의 한계성」때문이다.
미국처럼 거의 전세계에 경제적·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나라가 가미까제식 공격을 해오는 테러집단과 「눈에는 눈」식의 「테러=역테러」의 교전을 할 경우 밑지는 쪽은 거대한 판도를 가진 미국쪽이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만약 미국이 테러에 보복을 가할 경우 중동의 테러가 미국으로 퍼져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키신저」같은 사람은 『테러란 힘으로만 막을 수 있다. 그 여파로 미국 안에 테러물결이 몰려와도 할 수 없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헤이그」전 국무장관은 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여론은 강경과 온건론이 반반이다.
강대국 「군사력의 한계성」이란 원래 핵무기를 가졌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지만 이제 핵강대국이 10여명의 테러 앞에 무력한 상황에도 적용될 수있는 용어가 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