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자성 목소리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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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총영사관에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진 기자

LA총영사관이 이기철 신임 총영사가 부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의 하인'이라고 강조한 이 총영사는 재외공관 서비스 강화를 약속했다. 본지는 LA총영사관의 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고, 도움을 주기위해 'LA총영사관 구조조정 필요할 때다'라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기사는 LA총영사관의 현주소를 내부자 목소리로 짚어 봤다. 인터뷰에 응한 전직 총영사와 전.현직 영사 6명은 자기반성과 동시에 개선점을 제안했다. 인터뷰는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했다.

▶ 당면한 가장 큰 문제

'무사안일과 공무원 소명의식 부족'을 꼽았다. 이들은 LA에 파견됐다는 자부심 대신 현실 안주를 택하는 모습도 솔직히 고백했다. 한 영사는 "LA총영사관 부임 초기 6개월 동안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면서 "한국의 업무 강도와 비교하면 사실 너무 편하다.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데 주변에서 원래 그런 거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영사는 "총영사관이 '문제 단체'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때로는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에서 단호함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넓게 보면 이러한 단호함 자체가 한인사회 위상 강화.재외국민 보호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 의욕만 앞서면 쓸쓸히 퇴장

LA총영사관은 인원만 45명(외교관과 주재관 약 15명 포함) 안팎으로 한국 재외공관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점 공관이다. 그만큼 총영사 역할에 따라 재외국민 보호와 한인사회 위상이 영향을 크게 받는다.

LA총영사관은 지난 4월 21일 새로 부임한 이기철 LA총영사가 "공관 직원은 국민의 하인"을 외치면서 긴장 분위기다. 일단 직원들 기강은 강화됐다. 그러나 영사들은 총영사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영사 B는 "총영사가 의욕이 앞선 모습은 좋지만 정작 동포사회가 당면한 현안과 실태를 파악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LA와 한인사회 파악 중요

"남가주 한인사회는 세계 한인들의 고민과 능력이 압축된 곳입니다. 중국계, 일본계, 유대계, 라틴계, 아르메니아계 등 이민사회가 모두 압축된 곳이지요. 총영사는 이런 지역사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너무 용감하면 부작용이 따릅니다."

한 전직 총영사는 "남가주 한인사회는 인구나 경제 규모 면에서 다른 나라 한인사회와 비교 불가다. 기존 재외공관 경험을 앞세우면 한인사회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동포사회와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총영사와 영사들은 LA총영사가 꼭 갖춰야 할 자세로 ▶일방소통 및 권위주의 자제 ▶LA한인이민 역사 및 현안 공부 ▶재외국민 보호와 공공외교 병행 ▶동포단체 분쟁 개입 시 진정성 확보 등을 꼽았다.

▶ 부임 6개월이 관건

영사 A와 C는 "총영사는 부임 초기 LA시장과 치안책임자,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 도시 시장, 주류 경제인사와 관계를 터야 한다"며 "총영사관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역할 보호가 우선이지만 LA는 경계가 모호하다. 주류 인사를 많이 만날수록 재외국민 보호 효과도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영사들은 신연성 전 총영사의 마당발식 포용력과 공공외교, 김현명 전 총영사의 한-라티노 파트너십 모임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통상 정년퇴임을 앞둔 LA총영사의 짧은 임기는 장점이자 독이란 평가도 있다. 영사 D는 "정년을 앞둔 총영사는 경륜이 있지만 현상유지를 선호하기도 한다. 영사들에게 '시끄럽게만 하지 말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6개월이란 적응 기간 정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럴수록 소명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인터뷰에 응한 영사들은 "외교관과 주재관 사이 알력이 있다. 평가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총영사관 만찬 실효성 있나. 구체적인 주제를 세워 준비해야 한다" 등을 지적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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