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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인테리어 소품 한 땀 한 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뿌듯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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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 인기 끄는 자수 · 손뜨개 ·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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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팅 레이스를 활용해 만든 벽걸이 소품. 몇가지 기법만 익혀도 집안을 화사하게 꾸밀 수 있다. [사진 현다희씨]

바늘 땀 몇 번에 나비가 날갯짓하고 나무에 붉은 열매가 맺힌다. 실과 실이 만난 자리엔 한 송이 장미가 피어난다. 이런 ‘아름다운 휴식’을 꿈꿀 때가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서양식 자수인 ‘프랑스자수’, 손뜨개 ‘태팅 레이스(tatting lace)’, 매듭 ‘마크라메(macrame)’가 인기다. 배우기 쉽고 패션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손끝으로 들어오는 세계로 안내한다.

테두리 수만으로도 멋스러운 프랑스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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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씨가 프랑스 자수를 놓아 만든 가방.

직장인 유수연(35)씨는 퇴근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실과 바늘을 꺼낸다. 프랑스자수를 놓기 위해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 보면 고단한 일상에 위로를 얻는다. 주말에는 프랑스자수 수업을 듣는다. 지난해 온라인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프랑수자수를 알게 됐다. 그는 “취향에 따라 색색의 실을 고르고, 개성을 담아 수를 놓다 보면 활력을 얻는다”며 “같은 밑그림으로 수를 놓아도 실 색상과 자수(스티치) 기법을 달리하면 서로 다른 느낌이 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 작품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자수는 ‘실로 그리는 그림’이다. 이전에 유행한 야생화자수, 십자수보다 실 색깔이 풍부하고 자수 기법이 다양해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프랑스자수 강사 최수정 씨는 “스티치 기법은 400가지가 넘지만 2~3가지 기법만 익혀도 거의 모든 도안(밑그림)에 수를 놓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치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자수 기법은 세 가지다. 선을 표현하는 ‘아웃라인 스티치’, 면(面)을 채우는 ‘새틴 스티치’, 꽃잎을 표현하는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다. 면을 채우지 않고 테두리에만 수를 놓아도 멋스럽다. 『케이블루의 동화 같은 프랑스자수』의 저자 김소영 씨는 “동양자수가 정교함이 중요하다면 프랑스자수는 수를 대충 놓아도 멋스럽다”고 말했다. 초보자는 다른 사람이 그린 밑그림을 활용하면 쉽다. 경험이 쌓여 밑그림을 직접 그리고 수를 놓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씨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한 장면, 눈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그리고 그 위에 수를 놓으면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밑그림은 물에 잘 지워지는 수성펜으로 그린다.

바늘이 쉽게 통과하는 리넨이나 세탁하기 쉬운 코튼 리넨에 수를 놓는다. 가방·파우치·티매트·앞치마·쿠션 등 다양한 패션·인테리어 소품에 접목할 수 있다. 브로치·반지·핀 쿠션은 초보자도 3~5시간이면 완성할 수 있다. 자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 ‘자수타그램(자수 작품을 올린 인스타그램)’이란 말도 생겼다.

단조로움에 활력 불어넣는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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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수로 장식한 최수정씨의 핀 쿠션

19세기 유럽 귀부인들은 저택 거실에 모여 앉아 손으로 레이스를 짰다. 손뜨개의 일종인 ‘태팅 레이스’다. 배처럼 생긴 ‘셔틀(shuttle)’이란 작은 도구에 실을 감은 뒤 연속적으로 실 매듭을 만들면 레이스가 완성된다. 태팅 레이스 강사 현다희 씨는 “‘더블 스티치’처럼 비교적 간단한 기본 기법 몇 개를 익히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손뜨개”라며 “실·셔틀 등 기본 재료와 도구도 간단해 휴대하고 다니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팅 레이스는 기계로 찍어내는 레이스와는 다른 멋이 있다. 실 종류와 손맛에 따라 색상이 화려하고 모양도 다양하다. 굵은 실 보다는 전용 얇은 실을 사용해야 섬세한 레이스를 만들 수 있다. 크기나 모양에 따라 ‘모티프(motif)’ ‘도일리(doily)’ ‘엣징(edging)’으로 분류한다. 모티프는 기본 레이스로 여러 개를 이어서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도일리는 그릇·화분을 올려두는 깔개로 사용하기 좋다. 엣징은 주로 테두리 장식이나 옷·손수건에 활용한다. 태팅 레이스는 테이블 매트, 컵 매트, 화분 매트, 북마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소품과 접목하면 단조로웠던 소품이 색다르게 변신한다. 현씨는 “모티프를 테이블보 가장자리에 두르면 식탁이 화사해지고, 도일리를 쿠션에 얹으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고 밀했다. 퀼트, 비즈 액세서리 등 다른 공예와 어우러져도 멋스럽다. 온라인 카페 ‘태팅이 즐거운 사람들’은 독학을 도와주는 동영상과 자료를 제공한다.

다양한 표현 가능한 서양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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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례씨의 마크라메 팔찌.

‘마크라메’는 실과 실을 반복해 엮어 장신구나 생활 소품을 만드는 공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매듭이 예술의 경지가 된 것이다. 면사·햄프사·아마사·나일론사 등 사용할 수 있는 실 종류가 폭넓다. 여러 색상의 실을 꼬아 팔찌를 만들어 차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유행한 ‘행운 팔찌’가 마크라메의 일종이다. 버밀라 마크라메 아카데미의 전현례 대표는 “동양매듭은 한두 줄의 실을 여러 번 교차해 성긴 면(面)을 만들어 전통 노리개처럼 장식용으로 사용한다”며 “반면 서양 매듭은 여러 가닥 실을 엮기 때문에 촘촘하거나 성기게 조절할 수 있어 장신구뿐만 아니라 옷·가방·커튼 등 생활 소품으로 폭넓게 쓰인다”고 말했다.

마크라메는 천정에 거는 화분이나 바구니를 감싸는 용도로 유행했다. 최근엔 원석이나 구슬을 실과 함께 엮은 액세서리로 만들기도 한다. 전 대표는 “해외에선 마크라메를 심리 치료에도 활용한다”며 “여러 색상의 실로 감정을 표현하고 실을 엮으면서 명상하듯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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