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년퇴임…고별강의 갖은 두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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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 동안 우리의 어문정책은 너무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항상 강조해온 바지만 다시 한자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예요. 기초한자 1천8백자만이라도 철저하게 익히자는 것입니다.』
12일 인하대 강당에서 「내가 걸어온 길-국어연구와 어문정책」을 주제로 정년퇴임기념강연을 한 난정 남광우교수(65·국어학)의 목소리는 아직도 강당을 찌렁찌렁 울렸다.
69년 한글전용발표이후 줄곧 이의 시정을 주장하고있는 남교수의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마치 국한문혼용주장에는 정년퇴임이 없는 듯. 『일본에서는 중학교까지 상용한자 1천9백45자를 가르치는데 이것은 바로 일본패망 (1945년)을 잊지 말자는 뜻입니다. 우리는 일본을 지력과 윤리의 힘으로 이겨야 합니다. 따라서 국민학교때부터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교과서도 국한혼용을 해야합니다.』
국민학교 교사로 출발, 47년 경력의 교단을 떠나는 남교수의 한국어연구에 대한 정열은 젊은이 못지 않다.『앞으로도 「한국한자음훈사전」 「고어대사전」 「국어대사전」 등을 계속 펴낼 생각입니다』
한자의 음훈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한자음훈사전』은 이미 집필을 마쳤고, 『고어대사전』 은 60년에 펴낸 『고어사전』에 한자어를 추가하는 것으로 고희 안에 책을 낼 계획. 이어서 『고어사전』 과 지난해 펴낸 『한국어표준발음사전』을 합친데다 내용을 보완하여 『국어대사전』 을 낼 생각이라고.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은 안 했지만 대학의 요청이 있을 경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강단에 서겠습니다. 국어연구원이 설립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며 정년퇴임후의 계획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1920년 경기도 광주산. 8년2개월의 국교교사, 8년의 중·고 교사를 거쳐 경북대· 중앙대·인하대에서 31년여의 대학교수생활을 해왔다.
그 동안 펴낸 저서만도 『조선한자음연구』 (69년) 『한국어의 발음연구 I,Ⅱ』(84년) 『한국어 표준 발음사전』 (84년)등 10여권에 이른다. 이런 업적으로 한국출판문화상(60년·저술), 삼·일문화상 (72년·학술본상), 국민훈장 모란장 (83년) 을 수상한 바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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