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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촉구에 “전 세계 비핵화”로 말 돌린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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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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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앉은 북한 고위 인사들이 지난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원증을 들어 보이며 표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태복·최용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정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노동당 제1비서)이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며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고 말했다. 6~7일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직접 육성으로 보고한 사업총화(결산)를 통해서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다.

당대회 사업총화 육성보고
“핵·경제 병진은 항구적인 노선”
미·중·러처럼 핵보유국 지위 의도
전문가 “핵협상서 갑 되겠다는 것”
“단숨에 서울해방, 미국 없애버린다”
이명수 총참모장 발언, 신문선 빠져

또 김정은은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리행(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를 수용한다면 북한이 2003년 탈퇴한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할 수 있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전 세계의 비핵화’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기존 핵보유국과 이란·파키스탄·이스라엘 등 실질적 핵보유국 반열에 북한을 함께 올리겠다는 의도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이 스스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 개발의 미몽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핵 관련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순위로 두는 한·미와 대화를 우선시하는 중·러 등 간 틈새를 노리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고려대 남성욱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핵 협상에서 북한이 ‘갑’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에도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 4호’를 두고 “대성공을 이룩했다. 실용위성을 더 많이 제작 발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부문 연구 일꾼 수를 가까운 기간에 세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라며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때 추가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이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은 지난 7일 당대회 토론에서 “(김정은이)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대는 핵 뇌성을 터칠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 작전을 단숨에 결속하고 미국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8일자 노동신문에서 빠져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미 언론 “북 소형 핵탄두 보유”=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7일(현지시간) “북한은 이미 중·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고위급 탈북자로부터 얻은 정보와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분석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700㎞)과 노동미사일(최대 사거리 1300㎞) 등이다. 정보 당국은 1기당 700~1000㎏의 탄두를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수진·이동현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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