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도 손 잡고 이란 무역요충 항구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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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정부가 인도와 손잡고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항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인도양과 연결되는 차바하르항
중국서 짓는 파키스탄 항구 가까워

차바하르항은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오만만(灣)에 접한 자유무역지구로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무역의 요충지다. 일본 정부의 이 움직임은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면서 중앙아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올해 안 성사를 검토 중인 이란 방문때 개발 계획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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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가까운 차바하르 항에 대해선 대립 관계인 인도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다. 인도는 비료 공장과 석유화학공장 등 프로젝트에 약 2조엔(21조여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북서부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중앙아시아 진출에 어려움을 겪자 새로운 무역 관문 확보를 위해 차바하르 항에 공을 들여왔다.

일본 정부는 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정부개발원조(ODA)를 활용하는 형태로 차바하르 항 개발의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하며, 이란과 인도의 희망사항을 바탕으로 계획을 만들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에너지를 운반하는 무역 거점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아프간과의 물류 거점으로 삼을 구상이다. 이는 일본이 중앙아와의 관계 강화 측면에서도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수주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4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을 갖고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喀什)까지 3000㎞를 연결하는 경제 회랑을 구축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대국이자 인구 7800만 명을 가진 유망한 시장으로, 과거 국제 사회 제재로 현지 사업을 대폭 줄이거나 철수한 일본 기업이 투자와 수출을 재개할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국도 최근 이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와 가계약 체결을 한 바 있어 향후 이란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제 진출과 경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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