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예술단 구성과 북한의 공연예술|"북한에 순수전통예술 보여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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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8·15광복절 경축 예술단의 상호 교환방문을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방북 예술단 구성과 북한 공연예술의 현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북 예술단 구성은 북에서는 이미 사라진 「전통예술」의 순수 원형과 전승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자는 게 각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탈춤 등의 전통 민속극과 국악·민요·고전무용 등을 펼쳐 잊어버린 고유 민족문화의 참맛을 깨우쳐 주고 미래지향적인 민족 동질성을 확인시키자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측의 군중 선동에 활용하는 가무·군무(음악무용서사시) 등과 같은 「집단예술」에 대응할 역동적인 대규모 공연무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의 공연활동은 순수예술성보다는 선전·선동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창작방법에 따라 군중선동의 무용과 음악무용서사시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혁명선동 가무단의 하나는 피바다가무단-.
3백8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이 가무단은 71년 7월17일 창립됐다. 피바다가무단의 단골 공연작품인 『피바다』는 원래 혁명연극이었던 『혈해』(2막3장)를 각색, 재편성한 가극이다.
김일성이 외국기자들에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수 있는 통속성을 가진 혁명가극』이라고 자랑을 늘어놓고 외국공연의 단골메뉴로 나가기도 하는 가극 『피바다』는 이른바 5대 혁명가극의 하나다.
음악과 무용을 뒤섞어 사회·역사적 대사변을 서사시형식으로 펼친다는 대표적 군무로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날조·찬양한 『고난의 행군』(73년)이 있다.
이같은 저들의 구무에 대처할 우리측의 공연무대로는 『춘향전』 『살짜기 옵서예』 등의 오페라나 오페레타를 내놓을수 있겠다.
북에서 소외 전통무용이라고 내세우는 「민족무용」은 우리의 순수 고전무용과는 전혀 질을 달리한 혁명무용이다.
고전무용이라고 해서 해외공연이나 외국손님 접대에 내놓는 『옹헤야』 『부채춤』 『장구춤』 등도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노동고취 의식을 담는다고 내용을 변질시켜 고전의 순수성은 거의 없어져 버렸다.
1946년 월북한 무용가 최승희에 의해 초기에는 민족 고전무용이 전승되기도 했으나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를 담는다』는 문예시책으로 고전무용은 여지없이 변질되고 말았다.
민족무용은 총 쏘는 동작, 삽질하는 동작, 용광로 앞에서 타빙봉을 휘두르는 동작 등을 율동속에 가미함으로써 순수예술성을 짓밟아 버렸다.
최가 고전무용으로 안무했던 『반야월성곡』(49년) 『사도성의 이야기』(54년) 『목련꽃의 전설』(58년) 등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고 김일성우상화와 호전성을 고취하는 가무극과 군무로 대치됐다.
대중노동 동원과 김일성 우상화의 대표적 가무극 및 군무는 『유격대의 딸』 『조국의 진달래』 『사과풍년』 『비단의 나라』 등이 있다.
북한은 무용을 대중선동의 가장 효과적인 예술분야로 평가하고 있으며 복수심과 혁명사상을 고취하는 「군중무용」발전에 예술지원을 집중한다.
그래서 공장·기관·협동농장마다 20∼25명의 무용소조를 결성시켜 얼핏보면 포크댄스 비슷한 동작의 군중무용을 혁명가요에 맞추어 추게한다.
소설가 이호철씨는 『북한이 자신을 갖고 집단예술의 가무단을 보내겠다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의 군중예술과 싸워 이긴다는 생각보다 우리고유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북한의 공연단체는 중앙에 피바다가무단·국립연극극장·국립무용극장·국립민족가극극장·평양극장·국립아동예술극장·국립교예극장 등이 있고 각 도 및 시단위의 가무단과 연극단이 있다.
극단이나 가무단들은 소속된 극장명칭을 사용하고 별도의 예술단 명칭은 갖지 않는다. 또 극장은 연극·가무·곡예 공연을 하는 곳이고 영화전문 상영극장은 「영화관」이라고 부른다.
모든 공연단체는 예술동맹산하에 소속돼 공장·기업소·협동농장·학교·기관 단위로 5∼6명 또는 20∼60명 단원의 예술소조가 조직돼 있다.
공연장으로는 평양대극장·모란봉극장·국립극장·평양극장(가무전용)·평양교예극장(곡예전문) 등이 손꼽힌다. 허규 국립극장장은 『북한을 방문할 예술단 구성은 86, 88올림픽의 문화제전과 궤를 같이하면 될 것』이라면서 『서로 경쟁적 입장보다는 통일을 전제한 미래지향적인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교류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자료도움·중앙일보부실 동서문제연구소)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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