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核 고폭실험 알고도 현찰 주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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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핵 고폭실험을 70여차례 했으며, 사용후 핵연료봉 소량을 지난 봄에 재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는 충격적이다.

우선 김대중 정부가 98년 출범 직후부터 이를 알고서도 대북 유화정책에만 매달렸다는 것이 놀랍다. 북한이 김대중 정부가 제공한 자금으로 우리를 위협할 가공할 핵무기를 개발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 아닌가.

노무현 정부가 북핵개발 현상을 파악한 그대로 국회에 보고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정부라면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그처럼 중대한 사실을 은폐한 채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 것이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우긴 것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이를 문제삼지 않고 현금지원 등을 통해 그야말로 '민족공조'를 하는 사이에 북한은 핵무기를 몰래 개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짓을 했음이 이번 高원장의 보고로 드러났다.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현금을 왜 그토록 집요하게 요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듯하지 않는가.

노무현 정부가 북핵상황을 파악한 대로 공개한 이상 대북정책의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국가안보를 위해선 결코 해선 안 될 정치적 판단과 고려를 개입시켰던 김대중 정부의 전철을 새 정부는 밟아선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의 핵개발 실상과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가능한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여당의원들조차 '핵개발 불용(不容)'이라는 추상적인 말을 이제 그만 하고 현금지원 등을 당장 중단하는 현실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는 현실이 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새 정부가 북핵 선결이라는 확실한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방의 의심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 단호한 새 정부의 의지를 깨닫도록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야 한다. 대통령의 최대 책무는 국가보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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