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말론 "돈 No, 챔프 Y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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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걷는 '메일 맨(Mailman)'의 마지막 목적지는 로스앤젤레스다. 이제 불혹을 맞은 칼 말론은 거기서 농구라는 이름의 봉함엽서에 우승이라는 이름의 스탬프를 받아야 한다.

말론. 언젠가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야 할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의 히어로다. 마이클 조던.래리 버드.매직 존슨 등 92년 바르셀로나를 수놓은 '드림팀'의 전설들은 떠났지만 말론의 걸음은 계속된다. 농구를 택한 사나이들의 영원한 꿈, '챔피언'이 되고 싶기 때문에. ...


어느 경기에서나 항상 두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를 올리는 꾸준한 플레이가 성실한 집배원을 연상시킨다 해서 '메일 맨'으로 불리는 말론이 85년 이래 18년간 몸담았던 유타 재즈를 떠나 다음 시즌부터 LA레이커스 유니폼을 입는다. 재즈의 래리 밀러 구단주는 11일(한국시간) "말론은 레이커스로 간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오는 17일 이후 계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재즈에서 연봉 1천9백25만달러(약 2백31억원)를 받았던 말론은 레이커스에서 '베테랑 최저 연봉'으로 불리는 1백50만달러(약 18억원)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헐값'이다. 하지만 챔피언을 향한 말론의 염원은 돈이 문제가 아닐 만큼 뜨거웠다.

그는 레이커스를 가장 우승할 확률이 높은 팀이라고 판단했다. 레이커스에는 NBA 최강의 센터 섀킬 오닐과 올라운더 코비 브라이언트가 건재하고 특A급 포인트가드 게리 페이튼도 합류했다. 확실한 3점슈터 한명만 보강하면 맞설 상대가 없을 것이다.

물론 레이커스에서 말론이 꿈을 이루리라는 보장은 없다. 말론 못잖게 챔피언을 염원했던 찰스 바클리와 패트릭 유잉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레이커스에는 스타를 잘 다루는 필 잭슨 감독이 있고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독특한 분업 농구가 있다.

말론은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왕중왕에 등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은퇴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18년 동안 재즈에서 단짝 콤비를 이뤘던 존 스탁턴도 은퇴를 선언한 후였다. 그러나 이런 말론을 유심히 지켜본 또 한명의 전설, 카림 압둘 자바가 가슴을 뒤흔드는 한마디를 던졌다.

"우승하고 은퇴하라. 말론 같은 선수가 타이틀없이 은퇴해서는 안된다. 꿈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압둘 자바와 말론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한다. 말론으로서는 도전할 만한 기록을 보유한 대선배의 말이기에 더욱 공감했을지 모른다. 말론은 통산득점 2위(3만6천3백74득점)로 1위인 압둘 자바의 기록(3만8천3백87득점)에 2천13점이 부족하다. 지난 시즌 평균(20.6득점)을 유지하면 내년에, 경기당 12.3득점만 올려도 두 시즌 안에는 새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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