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이란과 경제협력 성공하려면 마음부터 얻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 중이다. 대한민국 정상으로선 수교 이후 처음이다. ‘신정 이슬람 국가’ 이란에 비이슬람 국가의 여성 정상이 방문하는 것도 최초다. 그만큼 한국이 이란에 기대하는 것만큼 이란이 한국에 원하는 것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방문이다.

현지 정서 맞는 ‘할랄 콘텐트’ 필요
수출시장 넘어 동반경제발전 모델로
과학·기술·교육 등 인적 교류 늘려야

현지에선 이란이 우리에겐 마지막 ‘중동 블루오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서구 미디어에 의해 외부에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로 비쳤지만 의외로 현지인들은 한국인에게 친절하고 가전·자동차 등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좋다. 중장년층은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 건설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노동자로 취업했다 귀국해 한국어를 제법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

젊은층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현지 텔레비전에선 페르시아어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 ‘주몽’이 방영 중이다. 비디오 가게에선 ‘대장금’이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 있다. 경제재정부를 방문했더니 엘리베이터에서 유대계 미국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우먼 인 러브’ 경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란 정부가 외국 문화에 경직된 자세만 보이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여성 피부가 드러나는 의상 또는 부도덕적인 행동만 피한다면 ‘신정국가’ 이란에서도 한류 문화가 얼마든지 더 파고들 여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식품 분야에서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종교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할랄 인증을 받듯이 문화 분야에서도 무슬림 지역에 파고들 ‘할랄 콘텐트’를 전략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면 무엇보다 서구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깨고 이 나라를 객관적인 우리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교류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비자면제협정 체결, 직항편 개설과 증설, 과학기술인·교육인 교류 확대, 학생·창업인 등 청년 교환 프로그램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상호 이해를 높여야 문화상품이나 병원 등의 고부가 상품의 수출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란의 시대정신을 읽는 것이다. 이란은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통해 지역 맹주 자리를 노린다. 이슬람 시아파와 페르시아 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지키면서 현대적인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교육을 통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고부가 산업을 이뤘듯이 이란도 무상에 가까운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인재를 육성해 고도산업국가로 부상하겠다는 꿈을 꾼다. 따라서 한국은 이란을 수출시장으로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동반경제발전의 모델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이란인들의 야망과 갈증·욕구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경제협력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 차원에선 이란을 이해하고 지식을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만간 이란을 알아가는 지식인·경제인의 공부 모임이 줄을 잇기를 기대한다. <테헤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