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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산업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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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6년 4월 21일 30면>
야당도 힘 실어준 산업 구조조정, 늦출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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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충실한 실업 대책을 전제로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생존을 연장시키는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기존 4대 개혁에 산업개혁을 더해 ‘4+1’로 추진하겠다”며 “구조조정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대해 모처럼 여야를 넘나드는 공감이 이뤄진 셈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성숙기에 들어섰거나 이미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해운·철강·유화·건설 같은 중후장대 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수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업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자동차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4500명 이상 감소했다. 수출 대기업과 생산기술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구조로는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 산업을 발굴하는 산업개혁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는 총선에 매달리며 구조조정을 외면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쉬운 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역주행했다. 야당은 노조 등 지지세력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다행히 김종인 대표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되살아나게 됐다. 늦춰야 할 핑계거리도 사라졌다. 절호의 기회지만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정부와 채권단, 국회가 서로 앞장서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인기가 없어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누군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한겨례 <2016년 4월 22일 31면>
실업대책 전제돼야 구조조정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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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게 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량 실업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조정은 야당엔 일종의 금기어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이들 야당이 이전과 달리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해운·조선·철강·건설·석유화학 등 5개 취약업종에서 일부 기업들의 사정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해운과 조선은 적자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면서 벼랑 끝까지 몰려 있다. 또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의 ‘500대 기업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를 보면, 10%가량이 3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인력 감축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거리로 대거 내모는 방식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가 부실한 한국 사회에선 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울 때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방안부터 찾아야 하며, 동시에 실직자에 대한 생계 유지와 재취업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또 구조조정의 충격은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에만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와 주변 상인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친다. 이런 취약계층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도 미리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면서도 실업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래서는 구조조정의 불안감을 줄일 수 없고 협조도 이끌어낼 수 없다. 정부는 서둘러 구조조정과 관련한 종합적인 민생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멀쩡한 기업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재벌 총수나 경영진에게도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경영을 잘못하거나 비리 탓에 기업이 망했는데도 자신만 호의호식하는 기업인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봐왔다. 정부 관료와 국책은행 관계자들도 그간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쟁력을 잃은 기존의 주력 산업을 넘어서는 새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절박한 구조조정 속도 높여야 vs 인력 감축 최소화할 대책 먼저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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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정부 실무 책임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관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급과잉 업종과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하게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강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 및 관련 업계 모두 한결같이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절박성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력 감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야권에서조차 협력을 약속하는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4월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충실한 실업대책을 전제로 했지만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방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력 감축으로 인한 실업대책 등에 있다.

이 부분에서 중앙과 한겨레 사설은 확연한 입장 차를 나타낸다. 사설 제목만으로도 두 신문사의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앙은 ‘야당도 힘 실어준 산업 구조조정, 늦출 이유 없다’로 구조조정의 시행 자체를 강조하면서 서로 극단적인 대립각을 세워오던 여야가 모처럼 공감을 이루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실업대책 전제돼야 구조조정 가능하다’로 상황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실업대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전반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절박성을 전제로 하루빨리 이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협조하겠다는 야당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면서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생존을 연장시키는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김종인 대표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도 함께 부각시키고 있는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기존 4대 개혁에 산업개혁을 더해 4+1로 추진하겠다’든가 ‘구조조정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는 등의 발언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야당이 이전과 달리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종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것은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인력 감축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노동자들을 거리로 대거 내모는 방식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사례를 예로 들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가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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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앙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총선에 매달리며 구조조정을 외면해왔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쉬운 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는 발언과 같은 ‘역주행’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야당도 노조 등 지지세력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김종인 대표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늦춰야 할 핑계거리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호의 기회지만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 국회가 서로 앞장서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기가 없어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누군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산업 구조조정의 시급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구조조정 계획 입안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직자에 대한 생계 유지와 재취업 대책 등이 수립돼야 하며 구조조정의 충격은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에게만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와 주변 상인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종합지원 정책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멀쩡한 기업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재벌 총수나 경영진에게도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서 경영을 잘못하거나 비리 탓에 기업이 망했는데도 자신만 호의호식하는 기업인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부 관료와 국책은행 관계자들도 그간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도 잊지 않고 덧붙이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