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도서.삽화.그림 구성.색채에"변화"가 없다|유재수교사,현황과 문제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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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어린이도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그 구성과 색채가 획일화돼 있을뿐만 아니라 내용도 어린이는 그저 착하고 순하게만 묘사돼 자칫 어린이들에게 나약한 정서를 심어줄수 있다. 또한 일러스트레이션 자체의 기술적인 수법은 발달했지만 작가들이 스스로 만화나 삽화등을 저속하게 여기는등 작가로서의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재수교사(서울숙명여고)는 「종합디자인」(5월호)에 실린 글 「우리나라 어린이도서 일러스트레이션의 현황및 근본문제」에서 해방이후 4O년의 어린이도서 역사를 돌아보며 이와같이 주장했다.
요즘 어린이도서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는 만화·삽화·그래픽적 스타일의 3가지가 있지만 그 구성과 형태및 색채가 획일화돼 있다는것.
구성에 있어서 주인공과 보조인물의 위치와 크기및 배경이 규격화돼 있을뿐 아니라 시점도 고정 돼있어 장면마다 변화를 주지 못하며 원근감이나 평면감을 강조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은 거의없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원문의 인물성격과 관계없이 수염만 달면 할아버지식에, 나쁜 사람은 무조건 험상궂은 얼굴로만 나타내는등 일러스트레이션의 형태는 있으나 그 형태감이 크게 부족하다.
색채 또한 채색이 아닌 색 메우기식의 산만한 표현으로 어린이들에게 순화된 감흥을 주기보다는 화려함만을 느끼게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많다는 지적이다.
어린이를 그저 착하고 순하고,곱게 표현하는 내용도 큰 문제중의 하나.어린이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은 곧 곱고 화사한 그림이라는 「동심천사주의적 조형발상」은 사실성이 부족하며 몽상적인 이미지를 주기때문에 어린이들의 정서를 나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유교사의 지적이다.
위인전의 삽화나 전래동화, 역사이야기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고증이 제대로 안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장군들은 외국의 장군들과는 달리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많은데도 한결같이 「알렉산더」장군과 같은 정복자적 느낌을 주는 모습에 지나치게 영웅적으로만 묘사돼 있다는 것.
유교사는 이러한 어린이도서 일러스트레이션이 안고있는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작가정신의 부족을 꼽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만화나 삽화, 동화일러스트레이션을 가볍게 생각하며 심지어 「삽화=덜된 그림」으로까지 여긴다는 것.
따라서 일러스트레이션의 기법은 발달했으나 작가정신과의 단절로 인해 50년대의 만화에비해 시대적 상황이나 토속적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고 오히려 재벌만화나 선정적인 애정물이 중심이 된 일본복제만화가 유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어린이도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의 문제점은 유교사가 서울시내 국민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0%이상이 「전래동화는 착한 사람이 행복하게 되는 식의 비슷한 내용에 그림도 무성의하고, 외국번역동화는 다양한 내용에 그림도 흥미롭다」고 응답한 것으로 쉽게 증명된다.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 중요한 교육수단이다.
따라서 성의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애정이 듬뿍 담긴 어린이도서가 많이 나와야 할것이다.<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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