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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치매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누구나 늙으면 젊었을때 보다 기력이 줄고 정신기능전반에 걸쳐 열세해지는 것은 뇌를 포함한 우리 몸 전체가 노쇠해져서 생기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창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문제는 다르다. 똑똑하고 영악하던 사람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멍청해지고 어리석어지는 일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어리석은 정도가 심해져 바보스러워지고 물건을 사고 파는 간단한 일에도 착오를 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그것을 치매증이라고 부른다.
치매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병에 의해서 파괴되어 나타나는데 중년기에 있어서는 뇌매독의 하나인 진행성마비에서 흔히 본다. 진행성 마비는 매독에 걸린후 치료가 불층분했거나, 전혀 치료를 받지않은 사람중 극히 적은수(약6∼8%) 에서 매독에 감염된지 5년내지 15년후에 발병한다.
바보가 될뿐 아니라, 몸을 떨고 말을 더듬으며, 글씨도 흘려쓰고, 때로는 수족의 마비증상도 보이며 갖가지 정신증상을 나타내는 무서운 병이다. 보기 드문 천재였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도 20대에 본의 어느 유곽에서 옮은 매독 때문에 후에 이병에 걸려 한창 나이에 바보가 되어 요절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페니실린요법이 도입되기전에는 매독이 무척이나 우리인류를 괴롭혔는데, 근래는 상당히 줄어들어 드문병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최근 성도덕의 문란과 항생제의 남용에 의한 내성균의 번창 및 매독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향과 발맞추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진행성 마비의 진단은 전에 매독에 걸렸던 사람이 위와같은 증상을 보일때 뇌척수액검사를 하여 매독 양성반응이 나타나고 척수액상의 독특한 변화가 있으면 확진하게 된다. 진단이 확정되면 즉시 강력한 약물요법을 전문의 지시하에 받아서 더 이상 병의 진행을 방지하도록해야 한다. 일찍 치료만 하면 뇌의 신경세포파괴를 최소한으로 국한시켜 계속 유용한 사회인으로서 생활해갈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폐인이 되거나 생명까지 잃는다.
중년기에 바보가 되는 병에는 뇌매독 이외에 뇌막염·뇌염을 앓고 난후 후유증으로 올수도 있고, 또 그 원인이 슬로 바이러스로 알려진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원인을 아직 잘 모르는 알츠하이머병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병들은 뇌매독과는 딜리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날이 갈수록 심해져 자기몸을 스스로 가누지도 못하고 대부분 몇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매우 드문 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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