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힘겨루기에 치중할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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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과 신민당은 12대 국회의 모양을 결정할 개원국회에서 서로 자기의 설땅을 넓히고 상대방을 길들이겠다(?)고 벼르고있다.
때문에 양당의 원내전략은 이슈별 추급보다는 전반적인 힘겨루기에 더욱 치중하는 느낌이며 민정당은 11대국희의 옹호와 발전에, 신민당은 11대국회의 부정과 탈색에 가늠자를 맞추고 있다.
민정당으로선 상대가 민한당에서 신민당으로 바뀌어 「유순한 동류」대신 「이질적프로」 를 상대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대야 기본전략은 11대와 크게 다를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제5공화국의 정통성과 체제수호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그들이 제시한 이른바 개혁국회상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신민당은 11대국회가 무기력하고 국민의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전제하에 국회운영의 제반 패턴과 여야관계의 질을 사사건건 11대때와는 다르게, 말하자면 좀더 선명하고 투쟁적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이처럼 동떨어진 양음의 시각차와 대립된 논리가 어느선에서 조화 절충될것인가와 혹시 지나친 대치로 인해 대화 차단이나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것이 개원국회에 쏠린 최대의 관심사다.
총선후 한때 수세적 처지에서 여론 포용적이고 대야 유화제스처를 보였던 민정당이 민한당붕괴, 두김씨의 득세, 개원협상등을 거치면서 본래의 정처기조로 회귀한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민정당은 11대국회가 합리 합법적 운영으로 여야간의 물리적 격돌을 피하는등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자랑과 함께 대통령집귄 후반기의 통제력약화와 기강해이에 안전판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외치고 있다.
11일 의총에서 노태우대표의원이 『국민에게는 한없는 부드러움을, 원내에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겠으나 헌정파괴 무리들에게는 결연히 대처하겠다』고 말한 것은 근래 민정당의 무드를 단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또 이종찬총무는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11대의 정신을 승계, 발전시켜 나갈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마디로 민정당은 총선후의 약세와 야권의 상승세를 이번 국회에서 정공법으로 부딪쳐 평형을 회복하고 민정당의 원내주도기반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배경에서 민정당은 야당이 제기할 이슈중 개헌, 광주사태, 사면·복권, 석방등 민감한 정치문제는 토론에는 응하되 원칙은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른 이슈들도 그것이 제5공화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주장이라면 논리와 숫자로써 단호히 대처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미 3백개의 예상문제와 모범답안으로 소속의원들을 무장시켰다.
예컨대 광주사태는 당시의 혼란에 미루어 사회안정과 사태수습의 측면이 평가되어야하고,상처를 긁는것보다 극복하는 것이 시대적 책무라는 식이다.
그러나 민정당은 국회법등 일부 개혁입법의 개폐에는 야당이 합당한 주장을 내면 다소 신축성을 갖겠다는 자세이며, 노사·학원·출판물단속·부실기업정리등 경제·민생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비만과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에비해 신민당은 사소한데서부터 굵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11대의 유형을 깨는데 우선 제1의 가치기준을 두고 있다. 본회의 대정부질문의 의제 3개를 유신이래의 잔재라하여 5개로 늘리고 국회들 본회의 중심으로 운영하자고 주장하는것등이 그런 예다.
신민당이 가장 역점을 두고있는 것은 성역 금기 외험수위등 제도권 정치의 용어들을 무너뜨리고 이 시대의 모든 문제들을 그들의 기준과 용어로 의정단상에 낱낱이 공개해놓고 토론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요컨대 직선제문제가 나오면 현직 대통렁의 임기와 거취도 언급할수 있어야하고, 광주사태에대한 새로운 해석과 조사를 주장해야 하며 사면 복권을 당연한요구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외의 두김씨가 어떤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강·온도는 변할수 있다.
양김씨와는 관계없이 많은 신민당의원들간에는 △제5공화국의 출범과정 △출범후의 문제점 △학원근로자 문제등에 관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 는 인식이 퍼져있는게 사실이다.
신민당은 또 12대국회에서 달성할 3단계 입법투쟁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1단계는 신민당의 시각에서 기초법에 해당하는 국회법·노동관계업·언기법개정, 또는 폐지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며 그 다음 단계로 민주화 절차법에 해당하는 선거관계법 정당법을 개정하고 마지막으로 직선제개헌을 관철한다 것이다.
신민당은 여러면에서 민한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국무위원해임안 제출에 있어서도 민한당처럼 습관적으로 남발하지않고 하나를 내더라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영총무는 『우리당이 발의정족수를 확보했다 해서 조자룡헌칼쓰듯 하지않겠다』 며 『꼭 물러나게 해야할 사람을 신중히 선택해 해임안과 다른 의안을 연계시기거나 필리버스터를 동원해서라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신민당안에는 2개월후의 전당대회를 의식한 강경론이 등장할가능성이 있으며 두김씨간에 일치된 원내전략을 가졌더라도 동교동계가 김영삼-이민우-김동영으로 이어지는 원내주도에 언제 브레이크를 걸지 알수 없다.
그러나 신민당의 중진들은 대체로 강경한 주장은 내도 행동은 온건한 편이며 이총재-김총무팀이 결코 무리하지 않는 성향이어서 여야 극한대결은 피할수 있을것이라는 것이 신민의 지배적이 분위기다.
따라서 신민당이 민한당보다는 훨씬 강경하고 집요한 체질을 보이겠지만 문제해결의 본질면에서 신민당이 민한당과 획기적으로 다른 실적을 기록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올수 있다.
이에대해 민정당으로서는 신민당의 강경한 주강과 표현을 과거 민한당 다루듯이 억누르거나 못하게하는 방법은 없다고 보고참고 들으면서 그들대로의 반박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민정 신민당이 피차 「험난」을 느끼면서도 파국까지는 예상하지 않고 또 그런 전제 위에 원내전략을 짜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것 같다.<전 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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