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폭행 부른 20억, 성공보수냐 착수금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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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내 변호사 폭행’ 사건이 거액의 성공보수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비화했다. 사건은 지난 15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최모(46·여)씨가 경찰 에 “수감자 접견 과정에서 폭행 당했다”는 고소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피고소인은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징역 8월형을 선고받은 화장품 회사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51) 대표다.

상습도박 정운호 대표 보석 기각
“수임료 20억 반환” 실랑이 중 폭행
변호사 “착수금 돌려줄 이유 없다”
서울변회 “수임료 적정성 등 조사”

최 변호사는 지난 1월 정 대표 도박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맡았다. 이때 최 변호사는 수임료로 20억원을 받았고, 이후 정 대표가 은행에 예치해 둔 30억원의 인출 권한도 넘겨받았지만 정 대표에 대한 보석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 30억원 인출 권한은 반환했다. 그 뒤 정 대표 측은 “50억원 전체가 보석 허가를 조건으로 한 성공보수금인데 지급 방식을 달리했던 것뿐”이라며 “보석 신청이 기각된 만큼 20억원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20억원은 착수금이고 30억원은 변호인단 전체에 인센티브 차원에서 정 대표가 걸었던 돈이다. 착수금은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구치소에서 12일 최 변호사와 정 대표가 이 20억원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최 변호사는 이 때 폭행당했다고 주장 한다.

문제는 20억원의 성격이다. 정 대표의 주장대로 20억원이 보석 허가의 대가라면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 변호사는 이 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최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연루된 16개 민형사 사건의 처리를 총괄하며 로펌 세 곳의 변호사를 포함해 30여 명의 변호사에게 분산 위임했다. 세금 1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중 대부분은 그 비용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은 “도박 사건 항소심 외에 최 변호사에게 맡긴 일은 구치소 내 징벌방에 갔을 때 탄원서 한 장 써달라고 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진상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조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정 대표 측은 “진정서를 곧 서울변회에 내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 측도 “변회 조사에서 정 대표와 최 변호사의 대화 내용 등의 추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수임료의 적정성 외에 ‘전관’들의 선임계 미제출 변론이 있었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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