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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알 수 없는’ 개인정보, 빅데이터로 활용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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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초구에 사는 30대 남성 삼성전자 직원의 시중은행 대출 연체율은 몇 퍼센트일까.

신용정보법 21년 만에 개정 예고
산업 특성에 맞게 재가공 가능
익명성 보장 범위는 조율 필요

지금까지 핀테크 기업은 이런 정보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금융사가 개인의 동의 없이 신용정보를 다른 기업에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제공하려면 일일이 고객의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해서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융권엔 금융거래 관련 빅데이터가 쌓여있지만 이를 활용할 길은 닫혀있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이런 규제를 없앤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신용정보를 ‘신용정보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한정했다. 이는 곧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어서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용정보법이 제정된 1995년 이후 21년 만의 변화다.

개정안이 7월쯤 국회에서 통과하면 비식별 정보는 금융회사가 고객 동의없이 다른 기업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자급자족형에 그쳤던 빅데이터 산업은 이제 업권 간 융합을 통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카드사가 가진 연령별·성별·지역별 세부적인 소비패턴에 관한 정보를 이동통신사가 가진 위치정보와 결합할 수 있게 된다.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금융과 통신 빅데이터의 결합, 핀테크 기업의 은행 신용평가 활용의 길이 법 개정으로 열린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정보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빅데이터 전문 기업이 생겨날 수도 있다. 비씨카드 장석호 빅데이터센터장은 “카드사는 고객의 소비패턴에 대한 정보를 그룹별로 잘게 쪼개서 가공한 뒤 이를 산업의 필요에 맞춰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얼마만큼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야 비식별 정보로 인정하느냐는 문제는 남아있다. 금융위는 완전히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익명화를 목표로 한다. 이름·주민번호·주소 같은 정보를 지워야할 뿐 아니라 식별 가능한 정보로 재가공할 수도 없어야 한다. 익명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업에 책임이 돌아간다. 금융위는 업계와 함께 익명화 지침을 마련 중이다.

법 개정 이후에도 개인 정보의 1대 1 결합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특정한 A씨의 카드 정보와 통신 정보를 결합하려면 A씨임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남궁설 팀장은 “예컨대 SK텔레콤과 신한카드의 고객 정보를 합치면 마케팅 측면에선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정보보호 측면에서 규제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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