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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외국계 운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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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펀드 설정액이 줄면서 실적도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외국계 운용사 임직원 수는 780여명이었지만 지난해 말 741명으로 줄었다. JP모건은 지난달 자사 임직원 10%(5명)를 내보냈다. 지난해 9월 약 15%(6명)의 인력을 감원한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최근 일부 인력을 경력 충원했다. 블랙록자산운용과 템플턴자산운용 등도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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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의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외국계 운용사 1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2014년보다 4억원 줄었다. 프랭클린템플턴(-18억원), 피델리티(-18억원), 파인브릿지(-14억원), JP모건(-6억원) 등이 손실을 기록했다. 펀드 성장도 정체되고 있다. 지난 2012년말 5조 2531억원이던 슈로더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21일 2조 1836억원으로 줄었다. 피델리티운용도 같은 기간 2조 2775억원에서 1조 5777억원으로 감소했다. 블랙록·AB운용 등의 설정액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률도 좋지 않다. 일부 고배당주 펀드를 빼면 지난해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가 별로 없다. 국내 운용사의 해외 펀드 경쟁력이 높아지며 외국계 운용사의 강점도 줄었다.

JP모건·피델리티·템플턴 등
실적 부진 영향 감원 몸살
소규모 펀드 규제도 발목

외국계 운용사는 한국 지사에 소수의 마케팅·관리 인력만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A운용사 임원은 “국내에 활동 중인 외국계 운용사의 숫자는 많지만 한국은 세계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큰 시장이 아니다” 라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실적이 안 나오는 한국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의 유혹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도 외국계 회사를 압박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내외 자산운용사 52곳 중 25곳이 소규모 펀드 목표 비율(20% 미만)을 충족하지 못해 이달부터 신규 펀드 출시가 제한됐다. 특히 베어링(55%), 하나UBS(50%) 알리안츠(36%), JP모건(24%) 등 많은 외국계 운용사가 목표 비율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부가 허용하는 소규모 펀드 비율은 앞으로 더 줄어든다. 운용사들은 6월 말까지 11%, 9월 말까지 7%, 연말까지 5% 이하로 소규모 펀드 비중을 낮춰야 한다.

외국계 B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는 해외주식형 펀드가 많아 소규모 펀드를 줄이기 위해 각 지역별 펀드를 합병하기가 어렵고, 해지를 위해 투자자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다” 며 “소규모 펀드를 줄이자는 당국 취지엔 동의하지만 각 회사와 펀드별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비율을 강요하는 건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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