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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의 아들로 … 차미네이터 마음 한켠엔 부담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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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5면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2015 KEB 하나은행FA컵 결승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FC서울 차두리가아버지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중앙포토]

스포츠 계엔 부모의 대를 이은 2세 운동선수들이 많다. 축구선수 차범근(63)-차두리(36) 부자가 대표적이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의 명성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차범근은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터뜨리며 ‘갈색 폭격기’로 위용을 떨쳤다. 차두리는 한국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는 “차범근의 아들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뒤 그 해 11월 은퇴했다. 로보트처럼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선보여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라 불리며 아버지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프로야구 기아의 전설 이종범(46)의 아들 이정후(18·휘문고)도 아버지처럼 야구인의 길을 택했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린 아버지처럼 발이 빨라 ‘바람의 손자’라 불린다.


2세가 부모의 업적을 뛰어넘은 경우도 있다. 미국프로야구 켄 그리피 주니어(47)는 통산 홈런 630개를 때렸다.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의 홈런 152개를 거뜬히 넘었다. 켄 그리피 시니어-주니어 부자는 1990년부터 2년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뛰었다. 부자가 연속 홈런을 때린 적도 있다.


바비 본즈와 배리 본즈(52) 부자도 있다. 아버지 바비는 홈런 322개를 기록했고 아들 배리 본즈(52)는 메이저리그 최다홈런 기록(762개)를 세웠다.


스포츠 스타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 축구전설’ 요한 크루이프의 아들 요르디(42)는 아버지와 비교해 민첩성과 기술이 떨어졌다. 결국 그는 2010년 은퇴할 때까지 ‘크루이프의 아들’ 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스포츠 스타의 2세는 대부분 부담감을 안고 산다. 차범근은 칼럼을 통해 “(차)두리가 독일에서 뛸 때 독일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몸에 센서를 붙이고 얼마나 솔직히 대답하는지 체크한 적이 있다. 심리학자가 결과를 분석했는데 아버지 얘기를 할 때는 모든 기능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아버지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두리에게 아빠는 자랑이기도 하겠지만, 자유롭게 훨훨 날지 못하는 족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왕년에 잘나갔던 스포츠 스타를 부모로 둔 2세들은 ‘누군가의 아들’‘누군가의 딸’이란 부담감과 싸우고 있다. 여자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20·흥국생명)과 이다영(20·현대건설)의 어머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 세터 출신 김경희, 아버지는 육상국가대표 출신 이주형 씨다.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51)-자오즈민(53)의 아들인 골프선수 안병훈(25)은 지난해 5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 BMW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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