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도 민생고에 시달리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6호 29면

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특히 과도한 등록금 부담에 신음한다는 뉴스를 들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 역시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해외에서 발표된 여러 논문이나 보고서를 읽을 때에는 대학생과 관련된 주제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특히 최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간한 보고서 ‘늙어가는 미국의 부채’는 매우 흥미로웠다. 여러 외신이나 인터넷 세상의 주장들을 보면, 미국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빚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뉴욕 연준은 이런 생각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임을 낱낱이 잘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 20대 젊은이들이 지닌 부채 규모는 2003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의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해, 최근 미국 민간 부문 부채 증가 현상을 주도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첫 번째 이유는 인구의 노령화에 있다. 1946~64년에 태어난 약 7800만 명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며 노인의 부채 총량도 함께 증가했던 것이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노인들이 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의 부담에 신음하기는 하지만,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면서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쉽게 갚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20~24세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8.4%까지 떨어져, 2010년 8월의 15.8%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더욱 처지가 좋아서 25세 이상의 대졸자들의 실업률은 2.6%까지 떨어져,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졸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 비해 80% 이상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참고로 대졸자들의 임금 프리미엄은 정보통신 혁명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컴퓨터를 능란하게 사용하며 인터넷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대학졸업자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취직도 잘되고 임금도 많이 받아서 학자금 대출의 부담에서 금방 벗어난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한국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고졸자에 비해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눈높이 맞는 직장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탓이다. 일부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훈계하지만, 이미 대학을 다니면서 투입된 시간과 비용은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한국 대학생들의 고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비해 과도한 대학의 입학정원을 축소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공학계열 전공의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지만, 이 정책은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젊은 세대의 고난을 덜어줄 수 있는 적절한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리인하를 비롯한 통화공급 확대정책만이라도 단행되기를 희망해본다.


홍춘욱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blog.naver.com/hong8706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