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화장실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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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림픽개최는 분명 관광 붐을 몰고 옵니다. 문제는 그 붐을 어떻게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시키느냐는 거지요. 열쇠는 올림픽기간 중 얼마나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느냐에 달려 있어요. 일본은 바로 그 같은 인식으로 손님들에게 최대 편의제공을 하는데 노력을 집중 했읍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었던 1964년 동경올림픽 당시 일본교통부관광국장으로 3년 간 준비작업을 총괄했던「가지모또·야스구니」(미본보방)씨(71)가 88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 개최 국으로 예정된 한국에 경험담을 들려주기 위해 왔다.
한국관광공사초청으로 온「가지모또」씨는 2일 롯데호텔에서 세미나를 통해 관계자들에게 일본의 경험을 소개했다.
『논란이 많았지만 저는 우선 호텔·여관·유스호스텔 등 되도록 숙박업소를 많이 짓도록 하고 숙박료는 사전신고제를 채택해 철저한 요금통제를 했습니다. 또 각 업소에 대해 팁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올림픽기간 중 관광객에 대해서는 각종 소비세를 면제하도록 했어요.』
호텔·여관에 대한 융자한도가 확대돼 62년 오꾸라호텔, 64년 뉴오따니호텔이 문을 열었고 59∼63년 42개 유스호스텔이 정비됐다. 60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국립 유스호스텔도 지었다.
그는 일본인들의 방뇨습관과 서양인들의 화장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부에서 보조금을 얻어 동경을 위시한 일본전국에 서양식화장실을 지어 당시 신문으로부터「화장실 국장」 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며 웃는다.『서양인들에게는 언어장벽도 큰 문제였지요.3천6백여 명의 통역 안내원 자격자 외에 3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아 선의통역원(Good Will Guide)으로 활용했어요.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영어는 E, 불어는 F등 배지로 표시해 달도록 했읍니다』
관광안내서를 겸한 영어회화교본 10만 부를 만들어 관련업소에 무료 배부했다. 그밖에 급식의 안전을 위해 선수촌은 일본호텔협회가, 프레스센터는 일본 요식협회가 책임을 맡았다.
63년부터 4년 동안 매년 3천 만엔 씩 을 정부에서 지원, 64곳에 유료휴게소, 62곳에 안내 지도 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현재는 동경 올림픽 때 준비작업의 하나로 설립했던 일본국제관광진흥회회장직을 맡고 있는「가지모또」씨는 올림픽관광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정부에서 거시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서비스를 개선, 민간을 이끌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림픽기간 중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한「가지모또」씨는 올림픽은 서울에서 치르고 관광객은 일본으로 몰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이제 관광은 특정한 한 두 국가 관광이 아니고 지역의 여러 나라를 묶는 지역관광으로 개념이 바뀐 만큼 기우』라고 고개를 저었다.
2년 전 방문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20주년으로 한 일 양국의 관광진흥을 위해 올해 말 일본국제관광진여회 사무실을 서울에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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