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복권이 안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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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기복권이 발매 2년째에들어 오히려 극심한 퇴조를 보이고있다.
경기복권이 올림픽복권에비해 안팔려도 너무 안팔린다. 올림픽복권과 달리 경기복권은 머리만 잘써 승부를 맞히면 무조건 상금을 탈 수 있는데도 철저히 외면당하고있다.
지난해 팔린 올림픽복권은 7백80억원어치. 매주평균 15억원어치씩이나 팔린 셈이다. 수익금은 모두 3백22억원으로 올림픽기금 2백9억원, 국민주택기금 1백13억원이 조성되었다.
이에비해 경기복권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겨우 3억8천3백만원. 올림픽복권 1회 발행액에도 훨씬 못미친다. 지난해 6월28일부터 팔기 시작했으므로 주평균판매금액은 3천6백만원꼴이다. 올림픽복권 매상액의 2·4%수준이다.
이러한 판매부진은 올들어 더욱 심화, 지난주의 경우 야구는 1천1백만원어치, 축구는 3백만원어치밖에 안팔렸다.
작년에 야구복권이 주평균 2천5백40만원, 축구복권은 1천1백72만원어치가 팔린 것에도 훨씬 못미친다.
외국에서 올림픽복권같은 추첨제복권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경기복권(토토) 또는 일종의 숫자맞히기 복권인 「로토」와 「넘버즈 게임」이 성행하는 현상과 퍽 대조적이다.
경기 복권이 지지부진한 것은 복권당침방식·이용불편·홍보부족 및 상금액수차이 때문인 것 같다.
올림픽복권은 누구나 복권을 산뒤 추첨발표만 기다리면 되는데 경기복권은 이용방법이 복잡하다.
야구경기복권의 경우 6개 구단의 12게임에 대한 예상승부와 특정게임의 스코어까지 복권에 적어 시중은행 본·지점에 제출해야한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장점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단점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처럼 거리의 가두판매소에 예상승부를 적어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은행본·지점으로 가야하는 불편도 있다.
상금액수도 올림픽복권은 1등이 1억원으로 일정한데비해 경기복권은 매상액의 20·7%로 판매액에 비례하게 되어있다. 많이 팔리면 상금도 많아지지만 이점은 구매력을 자극하는데 아무런 효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지난주 야구복권 1등 당첨자가 2천7백만원을 탄 것이 최고당첨금액이다.
경기복권은 88년 이후에도 체육시설개선과 선수양성을 위한 기금으로 쓰기위해 계속 발행할 방침인데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데도 올림픽조직위원회 사업관계자들은 팔짱만 끼고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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