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특검법 통과" 洪총무 사퇴론 들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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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홍사덕(洪思德)총무 체제가 첫 시련에 봉착했다.

崔대표는 10일 "제왕적 대표"라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으며, 洪총무는 원내총무 사퇴론에까지 직면했다. 崔대표와 洪총무에 대한 이 같은 도전을 놓고 당내에선 앞으로 주류.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총무 사퇴론=이날 의원총회에선 14명이 발언에 나섰다. 의원들의 공세는 지난 8일 洪총무가 사전 상의 없이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새 특검법안 중 수사대상을 '1백50억원+α'로 축소해 법사위를 통과시키면서부터 예고됐다.

첫 발언자인 이해구(李海龜)의원은 "황당하고 착잡하다"며 "洪총무가 독단적으로 대북 비밀송금의 진상 규명이라는 본질을 훼손시킨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김황식(金晃植)의원은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점이 이번 협상에 결부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고 꼬집었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고의적이고 치명적인 잘못이므로 총무가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재철(沈在哲).김영선(金映宣)의원 등도 사퇴론에 가세했다. 洪의원은 "내일(11일) 본회의에서 당이 처음 낸 원안을 처리하자"고도 했다. 총무의 결정을 뒤집자는 주장을 한 것이다.

당 대변인인 김영선 의원은 "'1백50억원+α'만 하자는 것은 박지원(朴智元) 비리 특검을 하자는 의미"라며 "돼지는 어디 가고 돼지 발톱 같은 비리사건만 수사한다면 국민 앞에 창피한 특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洪총무의 얼굴은 굳어졌다. 洪총무는 "질책과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자 崔대표가 나서 의원들을 달랬다. 崔대표는 "솔직히 나도 황당했다"며 "하지만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안을 뒤집는다면 공당으로서 득보다 실이 큰 만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이 문제는 내게 위임해달라"고 말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일부 의원들은 11일 본회의에서 당의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당의 내분 상태는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崔대표와 洪총무는 11일 오전까지 계속 설득작업을 할 예정이다.

◇제왕적 대표론=이날 오전 지명직 운영위원을 뽑기 위해 열린 운영위원회에선 崔대표를 상대로 지역대표인 김용수(金龍洙).최수영 운영위원이 제왕적 대표론을 제기했다.

金위원은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나 행사 때 대표의 언행을 보면 제왕적 대표처럼 말하는 게 많다"며 "탈당한 의원들에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한다면 남은 사람들은 무슨 정체성으로 남겠느냐"고 비난했다. 崔위원도 "사전에 안건을 알리지 않는다면 제왕적 대표와 뭐가 다르냐"고 했다.

다만 洪총무에 대한 비판과 달리 崔대표에 대한 비판은 당 운영과 관련한 불만이란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특히 金.崔위원이 경선 때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를 지지한 점을 들어 당내에선 주류.비주류 갈등의 신호탄으로도 보고 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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