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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가대표 ‘반가사유상’이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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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교의 가르침은 깨달음이다.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부처의 해탈은 그런 지난한 수행과 사색의 결정체다. 부처를 형상화한 불상, 그 중에서도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은 고대 불교미술의 정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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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금동반가사유상(왼쪽)과 목조반가사유상.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내달 24일부터
엷은 미소 띤 한국, 상투 튼 일본
양국 불교미술의 독창성 보여줘
6월에는 일본 도쿄서도 교차전시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급’ 반가사유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삼국시대 6세기 후반기에 제작된 한국의 ‘금동반가사유상’(국보 78호)과 7세기 후반 아스카(飛鳥) 시대에 조성된 일본의 주구지(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일본 국보)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다음달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연다. 두 작품은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전시된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의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인도에서 시작돼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 나오는 두 불상은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의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수작이다. 입가에 띤 엷은 미소, 지그시 감은 두 눈이 관객의 마음을 빨아들인다. 화려한 장신구와 몸을 덮은 천의(天衣) 자락을 일정한 두께의 금동으로 주조한 점이 특징이다. 국보 중 국보로 꼽힌다.

일본 나라현(奈良縣) 주구지 불상은 녹나무로 된 11개 목조 부재를 조합해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 외국 나들이를 한다. 두 개의 상투를 튼 듯한 머리 모양이 눈에 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 대좌(臺座) 위로 겹겹이 흘러내린 치맛자락 등에서 고대 한일 양국의 미술교류를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은 “올해 초 도쿄국립박물관 측에서 교차 전시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며 “양국 미술의 독창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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