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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내달 직무정지 유력, 대통령 없이 올림픽 치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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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실정에 회계부정 의혹까지
NYT “상원서도 가결 가능성 커”
피부 하얀 중산층, 탄핵 지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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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에서 하원의원들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AP=뉴시스]

브라질 하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17일(현지시간) 열린 표결에서 재적 의원 513명 중 367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은 통과됐다. 137명은 반대, 9명은 불참·기권했다. 가결 정족수는 3분의 2인 342명이었다.

이로써 호세프 탄핵의 결정권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은 다음달 탄핵 심리를 개시할지 여부를 표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의원 81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최장 180일간 이어지는 심리가 시작된다. 동시에 호세프의 권한은 정지되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한다.

심리에선 호세프가 2014년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중앙은행 자금을 불법 전용했다는 혐의를 다룰 예정이다. 심리가 마무리되면 상원은 탄핵을 최종 결정짓는 표결을 한다. 여기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은 탄핵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탄핵안이 여유 있게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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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통과 뒤 반정부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의회 앞엔 탄핵 지지자 5만 명이 모였다. [AP=뉴시스]

이날 표결은 의원이 한 명씩 연단에서 탄핵 찬반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호세프가 속한 노동자당의 알폰소 플로렌스 의원은 부패 혐의를 받는 찬성 의원들을 비판했다. 브라질사회민주당 의 안토니오 임바사히 의원은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며 찬성했다. 붉은 옷차림의 탄핵 반대자와 브라질 국기와 같은 노란색·녹색 옷을 입은 지지자들은 도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된 표결 현장을 지켜봤다. 브라질 전역에서 찬반 시위도 벌어졌다.

8월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다. 2009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만 해도 브라질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를 최소화하며 지구촌의 성장 엔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8%를 기록하고 재정적자가 1110억 헤알(약 36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해 사회 불안도 더해졌다. 회계 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정부 지지율은 10%대에 그친다.

외신들은 탄핵이 임박한 지금부터가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최악으로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 지지자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보였고 피부 색깔도 하얗다”고 보도했다. 탄핵 국면을 통해 고질적인 빈부·계층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 부통령·하원의장 등도 부패 연루
직무대행 맡을 자격 안 될 수도
“더 큰 범죄자들이 심판하나”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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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공백도 우려된다. 2018년 말까지인 호세프의 임기는 테메르가 대신한다. 그러나 그도 회계 부정 의혹의 당사자라 탄핵당할 수 있다. 부통령이 낙마하면 하원의장·상원의장에게 차례가 돌아가는데 이들도 뇌물 혐의로 조사받는 처지다. 모두 탄핵을 주도한 인물이다. 호세프 지지자들은 “대통령은 해외 계좌도 없고 부패로 기소당하지도 않았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대통령을) 심판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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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첫 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군사 독재 시절 반정부 게릴라 활동을 했고, 2001년 노동자당에 입당해 빈민 노동자 출신인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2010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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