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협상 재개를 촉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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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 동안 줄다리기경쟁을 벌여온 국회개원협상은 신민당의「요구」와 민정당의 「거부」로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국회의 조기개원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아쉬운바 크지만 모처럼 균형 잡힌 여야의 협상정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정치가 의회를 중심으로, 의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의회정치의 최선의 형태다.
그러나 여야격돌이 예상되는 미묘한 문제가 어떤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의정단상에 제기된다면 그 또한 정치효율상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따라서 민주국가에서는 정당간의 막후협상은 빼놓을 수 없는 정당정치의 한 과정이 돼있다.
제5공화국 출범이후는 여야의 힘의 불균형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력이 불모상태였고 그 때문에 국민의 의사와 이익이 정치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번 개원협상은 그 같은 불균형이 시정돼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주었다.
여야의 첫 막후협상이 실패로 끝난 것은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불안해 할 일은 못된다. 그로 인한 정국의 경화나 국회의 기능마비는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 개원이 다소 늦어진다고 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거나 국정운영이 위기에 직면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민정당과 신민당의 접촉이 처음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양당이 상대방의 전략과 방식을 서로가 잘 모르고 있었고, 첫 협상이 갖는 상징적 의미의 중요성 때문에 원만한 타결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이 국회를 장기공백상태로 방치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민과 야당이 바라는 정치발전은 국회의 개원 없이는 진전될 수가 없다.
더구나 신민당은 의회를 통해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신민당의 많은 선거공약들은 대부분이 의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 또한 산적해있다. 개원협상이 냉각기를 갖는 동안 여야는 생산적인 안건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한 당론을 조정해 나가는 일을 게을리 말아야한다.
한편 민정당은 정국의 정상적 운영과 의회기능의 정상화 책임을 져야할 집권당임을 명심해야한다.
중요문제는 실무진에서의 사전협상을 거치고, 여기서 타결이 안되면 정당 책임자간의 협상이나 결단에 기대해본 다음 그것마저 안되면 의회에서의 공개토론을 벌여 국민의 심판을 토대로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당정치의 상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국민의 것이란 인식을 가다듬었으면 한다.
전쟁에서도 어느 일방에 의한 절대적 승리는 오히려 평화와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하물며 한 나라안에서의 여야협상에서 어느 일방의 완벽한 승리나 패배는 더더욱 이로운 일이 못된다. 손익의 균형과 분담이야말로 협상정치의 기본원리가 돼야한다.
국민은 여야의 균형 잡힌 대결과 성숙되고도 능률적인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민정·신민의 조속한 협상재개와 조기개원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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