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협상에 실패한 사람들|민정·신민 양당총무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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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개원을 대통령의 방미와 연결시키려는 신민당측의 오판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이죠. 그렇지만 방미와 개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17일의 마라톤총무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이종찬민정당총무는 야당이 대통령의 방미를 너무 아전인수적으로 의식해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전략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저 사람들(신민당 측)이 과도하게 긴장을 하고있어요. 「우리는 과거 민한당과는 다르다. 12대는 11대 국회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랄까, 콤플렉스에 젖어 있는것 같았습니다.』
이총무는 협상결렬의 책임이 대부분 신민당측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개원 협상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복잡한 신민당의 당내사정입니다. 김동영총무가 상도동계이기 때문에 김대중씨의 사면·복권문제에 과민해 있는것 같았고 협상과정에서도 필요이상으로 소리를 높이는것 같더군요.
부총무들도 모두 자기가 속한 파벌을 의식해 발언들을 하니 얘기가 원점에서 맴돌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총선때 재야등에 진 「부채」에 지나치게 얽매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되리라고 보십니까.
『저 사람들이 우리의 본의를 이해하게 되면 사태가 잘 풀리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원을 전략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방미와 연결시키지 말고 국회정상화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안 풀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의연하게 나가니까 벌써 오늘 (18일)부터 저쪽에서 사인이 오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총무회담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총무회담도 당분간은 없다고 말한것은 아예 여야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미전에 회담을 갖게되면 저사람들이 아직도 우리가 「방미전에 개원에 연연하고 있구나」하는 오해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협상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민정당의 강경입장에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만약 신민당이 등원에 조건을 달지 않고 들어온다면 상당한 신축성을 우리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계속 조건을 내세운다면 경직된 분위기가 변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대화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립 서비스만 할리 있겠습니까. 실질적으로 줄것을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사면·복권을 공동 발의하자고한 제안을 왜 민정당이 거부했습니까. 저쪽에서도 고심끝에 제시한 카드 같은데….
『공동발의를 약속하면 들어가겠다고 하니 그것도 역시 「조건」의 하나가 아닙니까. 개원에 조건을 달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우리가 일단 그 제안을 받아들여 국회를 열고 원구성을 마친다음 공동발의 문안작성 과정에서 깨버릴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치신의에도 문제가 있고 또 다른 불씨의 원인도 될수있고….』
-언제쯤이면 국회가 정상화될까요.
『대통령의 방미가 끝나면 서로가 자유스런 입장에서 협상을 할수있겠죠. 국민들도 국회의원만있고 국회는 없는 상태를 언제까지나 보고만 있을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분위기가 되면 피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으리라고봅니다』
-「개원」과 「방미」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자꾸 강조하시는데 전혀 무관한 것만도 아니지 않습니까.
『민정당, 특히 총무의 입장에서는 국가원수가 외국을 방문하는데 국회가 모양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물론 좋은 일이죠. 사실 그럴려고 노력도 했고요. 그러나 우리가 거기에 매달려 모든 것을 양보하고 명분을 포기하리라고 오판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지요.』
-신민당에 하고싶은 얘기라도….
『거듭 강조하지만 제발 개원에 조건을 붙이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면·복권이 환경과 여건조성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사실상 전제조건이 돼버리고 말지 않았습니까. 국회등원은 권리라기보다는 국민에 대한 의무이니 개원에 조건을 붙여서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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